[이책과주말을] 숲에서 만난 ‘위대한 영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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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극동 시베리아 지역인 연해주 시호테 알린 산맥에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데르수 우잘라는 자작나무 껍질과 가지를 엮어 재빨리 우산을 만든다. 그는 장작과 수돗물값을 내는 도시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숲 속에 나무 많다. 왜 돈 주고 나무 사나""미쳤다. 물 마시고 돈을 준다. 강에 돈 안 줬다!"라고 투덜거리기 일쑤다. 필요한 모든 것을 자연에서 얻어왔기 때문이다.

1907년 시베리아 극동지역을 탐사한 러시아 탐험가 아르세니에프의 여행기다. 데르수 우잘라는 지은이가 연해주를 탐험할 때 동행했던 현지인 길잡이. 그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온 산사람의 지혜를 동원해 탐사대를 여러 차례 위기에서 구한다. 금세기 초 물질문명에 피로를 느낀 서양인에게 충격을 주었던 이야기다. 데르수에게선 숲의 짙은 향기가 물씬 난다. 북만주에서 동시베리아에 걸쳐 살던 남방 퉁구스계 종족인 나니이족(이 책에 나올 당시 러시아에선 고리드족으로 부름)이다. 생선껍질로 만든 옷과 신발을 신고 시베리아 숲 속에 다니며 사냥을 한다. 잉크를 '더러운 물'이라고 부르는 문명세계를 갑갑해 한 그는 사향사슴을 굽는 연기 속에서 사슴이 사는 곳에서 자라는 철쭉 냄새를 찾아낸다.

지은이는 그에게서 '위대한 영혼'을 발견한다. 데르수는 사슴을 잡으면 세 덩이로 나눠 3분의 2를 이웃에게 나눠줬다. "혼자 먹으면 나빠." 그가 밝힌 이유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도 75년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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