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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밝힌 APEC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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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7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진행된 경주 불국사 방문은 부시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고도(古都)를 방문하고 싶다"며 불국사 방문 의사를 전해 왔다. 당시 두 정상의 탑돌이와 범종 타종은 양국 공동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의식을 해 보자는 이벤트였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정상들의 건배주는 당초 부산에서 만들어진 상황버섯 발효주 '천년약속'만 올려질 계획이었다. 그러나 '우리 술을 하나라도 더 홍보하자'는 차원에서 목포에서 생산되는 복분자주가 후식주로 추가됐다. 부산 측도 영호남 화합이라는 취지에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반찬 중에는 백김치가 들어 있었다. 매운 김치를 못 먹는 정상이 있을까 봐서였는데 아예 김치의 본맛을 보여주자는 의견이 나와 매운 김치로 바꿨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김치를 잘 먹었고 이날 만찬에서 잘 팔린 메뉴였다고 한다.

부시 미 대통령의 부인인 로라 부시는 권양숙 여사가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개최한 환영 오찬에서 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보고 "이게 그 유명한 김치지요"라며 관심을 보였다. 권 여사는 만찬 때 사용한 식기를 정상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각국 정상들에게 전달한 선물 중에는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가 포함됐다. 당초에는 노트북을 줄 계획이었으나 실제 사용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상 내외, 적어도 가족들이 직접 쓸 수 있는 한국 제품을 선물하자는 취지에서 디지털 카메라가 결정됐다. 효과는 즉시 나타나 정상 부인들의 범어사 방문 때 페루 대통령 부인은 선물 받은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스님들과 기념촬영을 하거나 다른 부인들을 직접 찍어 주기도 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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