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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 공사 영향 얼마나 되나|동대문 건강진단|KAIST·한양대교수팀 등 8명이 4개월 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하철공사로 몸살을 앓고있는 보물 1호 동대문.
이 문화재를 공사진동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노력이 학계·지하철공사·시공회사에서 뽑힌 8명의 동대문계측반에 의해 4개월 째 밤낮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의사가 청진기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듯 동대문과 주변 땅 밑 등 32군데에 각종 계측기를 붙여놓고 24시간 공사가 동대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세밀히 측정하고 있다. 문화재주변공사를 하면서 이처럼 본격적인 영향측정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측정결과는 매일 분석돼 공정에 반영되고 영향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공사를 중단시킬 수 있다.
동대문계측반이 구성된 것은 작년 10월 4일.
문공부가 동대문 서쪽 14m지점을 통과하는 지하철4호선 공사에 대해 『영향측정기를 설치할 것』을 조건으로 승인했기 때문.
이에 따라 시공청인 서울지하철공사는 이 방면의 전문가인 한양대공대의 한응교교수·KAIST의 권오관박사와 시공회사인 대림산업에 측정을 위촉하고 8명의 실무 팀을 구성했다.
공사영향의 측정은 광범하고도 치밀하다. 측정분야는 7가지로 이에 따른 기기만도 7종에 32개, 즉▲건물의 틈새변화▲건물의 기울기▲진동▲땅 속의 변화상태▲토압▲지하수수위▲지반침하상태진단 등이 그것으로 지상의 건물 뿐 아니라 땅 속의 변화상태까지 샅샅이 측정한다.
이들 계측기는 지하철공사가 7천6백 만원을 들여 미국과 일본에서 도입했고 또 다시 1천4백만원을 들여 지반침체자동측정기률 주문, 도입 중에 있다.

<틈새측정>
석축기단의 틈새와 목조건물의 틈새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알기 위한 것으로 기단양쪽과 기단위의 여장 문루 3층 기둥. 대들보 사이에 모두 8개의 측정기를 부착했다.
이 측정기는 전류를 통해 l백만분의 1mm까지 틈새가 벌어지고 좁혀지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정밀하다. 지금까지의 측정결과로는 석축기단이 0·05m, 목재기단이 0·1m까지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울기조사>
건조물의 기울어지는 각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3층 기둥 두 군데에 XY좌표가 표시된 계측기를 부착, 동서남북의 어느 방향으로 건물이 기우는가를 진단하고 있다.
계측결과 동대문이 최고5∼6mm씩 좌우전후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동측정>
차량통과 또는 발파작업으로 동대문이 어느 정도 흔들리느냐를 측정하는 것으로 측정기를 대문 밑 땅과 2, 3층 대들보 위에 부착했다. 동대문의 진동한계치는 85㏈로 잡고 있는데 평시 자동차가 다닐 때는 50∼60㏈, 발파작업을 할 때는 최고 80㏈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이 공구에서는 미진동특수폭약(CCR)을 쓰고 있다.

<땅속변화측정>
동대문 밑과 부근의 땅이 공사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살피는 것으로 계측장소는 동대문 서쪽 두 군데. 구경6cm정도의 구멍을 12·5m깊이로 파고 구멍에 기다란 막대모양의 감지기를 넣어 땅 속의 움직이는 상태를 측정한 결과 통상 4mm정도씩 흙이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라면 별 영향은 없다는 것.

<토압측정>
이는 동대문 밑의 땅이 서쪽으로 14m 떨어진 공사장쪽으로 밀리는 압력을 조사하는 것. 공사현장에는 굴착해낸 부분의 양측에서 흙이 밀려오지 못하게 좌우로 약5백개의 버팀쇠를 걸었는데 이 버팀쇠 위에 10개의 부하계를 설치, 토압을 측정한다. 계측반에 따르면 보통 이 버팀쇠는 1개가 약1백30t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데 비해 동대문의 토압은 최고 25t정도에 불과한 상태라고 했다,

<지하수측정>
구경7cm, 깊이 8m의 구멍을 파 땅 밑의 지하수가 늘고 주는 것을 살피는 것으로 지반침하측정은 동대문 네 귀퉁이 기둥에 계측기를 달아 땅의 움직임을 알아보고 있다. 지하수는 지하3m쯤까지 물이 차있는데 물이 줄면 공간이 생겨 흙의 변동이 있음을 알 수 있고 지반침하측정기는 물통에 부표를 띄운 것으로 이곳에 전류를 통해 부표의 움직임에 따라 어느 쪽의 지반이 내려앉는지를 알게된다.
동대문에 장치된 이들 32개의 측정장치는 동대문 앞 가건물에 장치된 7개의 계측기에 24시간 자동기록된다. 계측반의 실무책임자인 손정곤씨(35·지하철공사연구개발위원)는 『계측기에 나타나는 수치를 보면 동대문이 마치 살아서 숨쉬는 인체와 같은 느낌을 갖게된다』고 말하고 『지금까지의 계측결과로는 별 위험이 없는 정상에 가까운 상태』라고 종합진단을 내렸다.
이 계측팀은 자나깨나 동대문생각으로 4개월을 지내다보니 교회나 절에 가서도 우선 동대문의 「무사함」을 기원한다고 했다. 그래서 매달 한번씩 날을 잡아 돼지머리와 떡을 차려놓고 동대문에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신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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