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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짜리 노랑오리 러버덕, 흔들의자 예술품으로 부활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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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DB]

  지난해 10~11월 서울 석촌호수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대형 고무오리 모양의 설치미술 작품 '러버덕'이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한다. 재활용 예술품으로 다시 탄생하는 러버덕의 사연을 의인화해 정리했다.

안녕? 지난해 석촌호수를 뜨겁게 달궜던 '거대 노랑오리' 러버덕이야. 다들 내가 사라져 버린 줄 알았지? 다른 나라에서 전시했던 러버덕의 바람을 빼서 해체한 모습을 찍은 사진이 '러버덕의 최후'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잖아. 마치 터져버린 달걀 노른자 같은 모습으로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에 '불쌍하다'는 댓글도 많이 달렸었고. 사실 하마터면 나도 '1t짜리 산업폐기물'이 될 뻔 했었어. 가로·세로 각 16.5m, 높이 19.8m에 무게가 1t이나 되는데 마냥 방치해 둘 수는 없는 거잖아.

네덜란드 출신 공공미술가인 플로렌타인 호프만이 2007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러버덕을 이용해 평화와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많았던 것 같아. 한 달 동안에 500만 명이 나를 보러 왔고, 사흘만에 러버덕 인형 1만 개가 매진될 정도였으니까. 전시 초반에 내부 프로펠러 고장으로 잠깐 내가 물에 기우뚱하자 모두들 걱정해준 것도 잊지 않고 있어.

덕분에 경기도 파주의 창고에서 3개월 동안 잠을 자던 내가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됐어. 요즘 유행하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라는 거지. 단순한 재활용인 리사이클링에서 한 단계 나아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이야. 나 같은 경우엔 내 몸을 이루고 있는 노란색 폴리비닐을 해체해서 만든 예술작품으로 전시회를 연대. 10일부터 31일까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롯데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하는데, 내 몸은 노란색 흔들의자 24개로 바뀌게 돼. 전시회장 천장은 바람, 바닥을 물처럼 꾸며서 이 흔들의자에 앉으면 마치 석촌호수 위에 둥둥 떠있던 내 몸 위에 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는 거지. 영등포점 옥상정원에는 높이 1.2m의 러버덕 모형에 작은 등받이 의자를 붙인 어린이용 러버덕 의자도 6개 설치할 거야. 버려진 소재로 작업을 하는 패브리커라는 아티스트 그룹이 나를 새롭게 만들었어.

그런데 내가 '거대 오리'라서 그런지 의자를 다 만들고도 여분이 남더라고. 러버덕 프로젝트를 들여왔던 롯데백화점에서 이걸 활용해서 고객 사은품도 만든다고 해. 다음달 중에 구매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증정하는데, 사랑과 치유의 대명사였던 러버덕을 다시 한번 선보인다는 취지래. 내가 또다시 한국에서 인기를 모을 수 있을까? 어쨌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돼서 정말 반가워.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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