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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레저] 거대한 눈기둥의 아우성, 쥬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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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지역 중에서는 일본 제일이라는 '자오 연봉' 국립공원의 뭇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야마가타를 둘러싸고 있다. 산세에 감탄한 이들은 일찍이 자오 연봉을 '신들의 산'이라 불렀다 했던가.

동해 바다에 이마를 대고 있는 야마가타현에선 겨울이면 동해 쪽에서 계절풍이 쉼없이 불어온다.

눈이 나무에 겹겹이 얼어 붙어 생긴 쥬효.

야마가타의 산지를 지나던 계절풍은 침엽수 위에 눈을 흩뿌리고 통과한다. 이때 가지에 핀 눈꽃은 추위 때문에 녹지 않고 그대로 얼어 붙는다. 여기에 또 눈이 겹겹이 쌓여 침엽수는 거대한 눈 기둥으로 탈바꿈한다. 이른바 쥬효(樹氷)다. 쥬효가 절정인 시기는 매년 2월. 이 때에는 괴물 같은 눈 기둥을 만나려는 관광객이 일본 각지에서 몰려온다.

쥬효를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스키를 타라. 사계절 스키를 탈 수 있지만 본격적인 스키 시즌은 12월 초 시작된다. 이곳의 자오 스키장은 일본 6대 스키장 중 하나로 꼽힌다. 연간 100만 명이 찾으며, 스키장 내 코스가 26개에 이른다. 코스 중 활주거리가 긴 것은 길이가 10㎞나 된다. 스키장에서 만나는 쥬효는 낮에 은백색 빛을 발하며, 밤에는 다양한 색상의 조명을 받아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반갑게도 최근 이곳에 한글 안내판이 세워졌다.

눈 많은 야마가타는 설경(雪景)도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야마가타의 젓줄인 모가미 강을 뱃놀이 하면서 맛보는 풍광이다. 유람선은 사계절 내내 모가미강의 협곡을 따라 흘러간다. 사람들이 선경에 감탄하고 있을 때 이곳 유람선의 뱃사공은 슬며시 민요 가락을 흥얼거린다. 한국 관광객이 있을 때는 간혹 한국어로도 노래를 불러 아낌 없는 박수를 받는다. 날씨가 차가운 12월에는 유람선 안에서 뜨뜻한 찌게 요리를 내놓기도 한다.

야마가타의 또 다른 상징인 오카마(御釜) 호수. 오카마는 가마솥을 일컫는 말이다. 호수의 모양이 가마솥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오 연봉 정상부의 분화구에 물이 고여 형성된 화산호수로, 물은 태양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빛을 달리해 신비로움을 더 한다. 오카마 호수는 26㎞의 산악도로(자오 에코라인)를 따라가다 감상한다. 도로에는 폭포와 습지가 이어지며, 빽빽한 소나무 숲이 그윽한 솔향을 뿜어낸다.

산악지역을 돌아보고 나서 지친 몸을 온천물에 담근다. 전통적이거나 현대적인 분위기의 온천이 야마가타현에만 100개가 넘는다. 그러니 '땅을 파면 온천수가 나온다'는 현지인들의 자랑이 허풍이 아닌 셈이다.

'자오다이 로텐부로(노천온천)'가 현 내에서 가장 큰 온천이다. 물은 강한 산성의 천연 유황천인데, 그 물빛이 푸른색을 띠는 우윳빛이라는 게 인상적이다. 온천에서 몸을 녹이고 나서, 시장기가 돌 때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 바로 '소바'(메밀국수)다. 야마가타는 일본 안에서도 유명한 메밀 산지다. 소바의 향기와 씹는 맛이 가게마다 다르다.

야마가타=이정권 기자

*** 여행정보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야마가타 공항까지 비행기로 55분 소요. 도쿄에서 차로 가면 4시간30분 걸린다. 신칸센을 타면 2시간30분 만에 건다. 인천~센다이 간 항공(2시간10분 소요)을 이용해 센다이에서 내린 뒤 육로로 야마가타에 가도 된다. 센다이 공항에서 야마가타까지는 1시간30분 소요. 야마가타현이 5월 서울에 사무소를 열고, 관광 안내를 해주고 있다. 02-725-9074, 9075. 한글 홈페이지(www.yamagatakanko.com/korean)도 운영하고 있다. 일본어를 할 줄 안다면 야마가타 현지의 관광정보센터(81-23-647-2333) 홈페이지(www.yamagatakanko.com)를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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