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친일파 송병준 후손 '3000억대 땅 찾기' 패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는 23일 친일파 송병준(1858~1925)의 증손자 송모씨 등 후손 7명이 "인천 부평구 미군부대 '캠프마켓' 일대 땅 13만여 평을 돌려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 측이 이미 96년 모 교육재단을 내세워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다"며 "그 판결의 효력이 이번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송병준씨가 일제 때 일시적으로 해당 토지를 취득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나중에 국가가 정상적으로 소유권을 확보한 만큼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캠프마켓 일대의 땅을 송병준씨에게 강제로 뺏겼다"며 애국지사 민영환(1861~1905)의 5대 손인 민명기씨 등 14명이 '독립 당사자 참가인' 자격으로 토지 소유권을 주장한 데 대해 "일부 협박이 있었더라도 소유권을 인정해 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민사소송법 제79조는 제3자가 소송 결과에 따라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는 경우 독립 당사자 참가신청을 통해 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송씨 등은 2002년 9월 "캠프마켓 일대 땅은 해방 뒤 미군이 주둔하면서 강제로 뺏긴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송씨가 소유권을 주장한 땅은 시가로 3000억원대에 달하며, 2008년 미군기지가 철수할 예정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친일파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토지반환 소송은 모두 24건이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반민족 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을 다음달 법사위에 넘길 예정이다. 이 법안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고, 재산환수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독립유공자 사업을 위해 쓰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