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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최저임금 인상의 두 얼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17호 31면

인터넷 포털 검색창엔 ‘자동완성’ 기능이 있다. 궁금한 것을 찾아보기 위해 검색창에 글자를 입력하기 시작하면 자주 찾는 단어나 문장의 예를 보여주는 거다. 여기에 ‘최저임금’을 입력하면 어떤 문장들이 나올까. ‘최저임금도 못 받고 회사가 망했어요’ ‘최저임금 어떡하죠?’ 등의 질문이 죽 뜬다. 자동으로 완성돼 있는 문장을 클릭하면 청춘들의 절절한 사연이 쏟아진다. 편의점에서, 음식점에서, 옷가게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속앓이하는 젊은이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써놓은 글들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얼마 전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을 연간 7%대로 올렸다”며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근로자들의 임금이 올라야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7.1%(370원) 오른 시간당 5580원.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은 다음달 결정된다. 현재 새누리당은 7.6% 인상안을 추진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를 환영하고 있어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0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최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을 언급한 건 두 번째다. 지난해 7월 취임할 당시에도 “기업이 이익을 쌓아두기만 해선 안된다”며 “임금을 높여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소득이 늘어야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기업들의 입장은 다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영업이익률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대기업 70곳을 상대로 올해 경영기조를 조사해봤더니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답변한 곳이 절반(51.4%)이 넘었다. 생산·소비·투자 등 모든 경제지표가 추락하고 수출마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곳간도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보다 자영업자들이다. 그들은 최저임금을 늘 의식하며 장사해야 한다. 자영업 경기는 기업보다 훨씬 나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565만명이다. 이들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360만원으로 일반 근로자 가구에 비해 110만원가량 적다. 이런 격차는 2010년 이후 점점 커지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가운데 자영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우리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나라는 터키, 그리스, 멕시코 정도다. 이렇게 영세한 자영업자에 고용돼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와 아르바이트생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수는 모두 270만 명으로 3년새 40만명이나 늘었다.

이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들을 고용한 업주들에겐 반대다. 경제활성화의 동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자영업자들에게 먼저 부담을 지운다면 어떻게 될까. 검색창엔 우울한 자동완성 질문이 계속 쏟아질 지도 모른다.

김경미 경제부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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