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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훈련, 방어에 초점 … “동북아 군사력 균형추 역할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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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호 05면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의 피습사건을 계기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Key Resolve)와 독수리(Foal Eagle)훈련의 성격이 주목을 끌고 있다.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55)씨의 주장 때문이다. 그는 사건 직후 “전쟁훈련 때문에 남북 이산가족이 만나지 못하고 있다. 키 리졸브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리퍼트 미 대사 피습] 키 리졸브·독수리훈련 실상은

한·미 양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매년 봄 두 훈련을 함께 실시하고 있다. 이는 8월에 실시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함께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군사훈련이다. 올해의 경우 키 리졸브는 13일까지, 독수리훈련은 다음달 24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키 리졸브는 증원군 신속 배치 시뮬레이션
키 리졸브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유사시 한반도에 미 증원군과 군수물자를 신속하게 파병하기 위한 훈련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제가 주목적이며, 북한의 도발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작전을 펼치기 위한 연습이다. 훈련은 주로 비상 시나리오를 만들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시한다. 그 내용은 물론 군사기밀이다.

훈련 규모는 ‘전구급(戰區級) 지휘소 연습(CPX·Command Post Exercise)’이다. 군의 작전개념은 전투·전술·전략 단위 등으로 나뉜다. 전술급은 일정 규모의 병력을 단위로 한 작전개념이지만, 전략급은 육·해·공군과 연합군 또는 다목적군 등을 단위로 한다. 전구급은 바로 전략급 단위를 의미한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20세기 이후 전쟁은 주로 최고지도부의 오판에서 발발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대결한 포클랜드전도 그중 한 예”라며 “한·미 양국이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북한의 오판을 막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매년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군 지휘관 교체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 리졸브의 기원은 1976년부터 양국 합동군사훈련인 ‘팀 스피릿’이었다. 하지만 94년 북한과 핵협상 과정에서 팀 스피릿이 취소됐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이 시작됐다. 2008년부터는 이름을 키 리졸브로 바꿨다. 올해 참가하는 한국군과 미군 병력은 각각 1만여 명과 86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이번 한·미 연합훈련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미 연안전투함(LCS)인 ‘포트워스함’의 참가다. 이 함정은 전면전보다 국지전을 위해 개발됐다. 90년대 냉전이 끝나면서 미 해군이 맞서야 할 상대는 사라졌다. 대신 91년 걸프전 등에서 보듯 미 해군의 가장 큰 위협은 기뢰와 자폭보트 등 연안에서의 공격이었다. 이를 대비해 개발한 것이 바로 LCS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수심이 상대적으로 깊지 않은 한반도 주변에서의 작전에 적합한 함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고 속도는 44~47노트로 기동력이 뛰어나다. 주요 무장은 해상 작전 헬리콥터와 수직이착륙 정찰기, 57㎜ 함포, 지대공 미사일 등이다. 중무장을 하지 않는 대신 속도가 빨라 연안 작전에 유리하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천안함 폭침 사건을 겪은 우리로선 LCS가 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대잠수함 작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수리훈련은 한·미 야외 기동훈련
독수리훈련은 키 리졸브와 달리 야외기동훈련(FTX)이다. 올 훈련에는 한국군 20만 명 이상, 미군 3700여 명이 참가한다. 포항 등에서 한·미 양국의 해병대가 상륙작전을 벌이는 것이 이 훈련의 일환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독수리훈련은 방어 후 공격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두 훈련은 기본적으로 방어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매년 3~4월이 되면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북한을 포함한 주변국에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는 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강경하다. 우리 측이 사전에 훈련일정 등을 통보하지만 “북침을 위한 전쟁준비이며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남포에서 동해 쪽으로 스커드C 계열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의 첨단무기들을 크게 두려워하고 있다. 2003년 이라크전 등을 통해 그 성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은 첨단무기들이 평양 등을 직접 공격할 경우 받을 엄청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월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면 핵실험도 임시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정권이 한·미 훈련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방증하는 사례다.

키 리졸브와 독수리훈련에 맞서 북한도 매년 1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겨울철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현역 군인은 말할 것도 없고 예비역도 동원된다. 여성·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은 또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2008년 전자기펄스(EMP) 폭탄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MP 폭탄은 상공에서 터지면 일정 반경 내 모든 전자기기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미사일도 전자장비를 탑재하고 있어 정확한 목표 타격이 어렵게 된다.

우리 국방부는 “북한이 EMP탄과 관련된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아마도 아직 개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해 7월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2004년 러시아 출신의 전문가들이 북한의 EMP 폭탄 개발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북, 경제난 겪으면서도 맞불 훈련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 또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몇 달 동안 막대한 군사비를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 투입될 자금을 군사훈련에 써야 하기에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북한 최고지도부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미군에 맞설 전쟁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군부를 설득할 만한 명분이 없다. 또 체제 강화를 위한 내부결속을 위해서도 겨울철훈련을 중단할 수 없는 처지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밸런스를 유지하는데도 필요하다”며 “북한이 핵과 화학무기 등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지를 위해서는 한국군에 부족한 부분을 미군이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또 “북한의 궁극적 목표는 주한미군 철수이며 이를 위한 1단계 조치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시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익재 기자ㆍ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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