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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상속 → 자본축적 부의 재분배 기여 주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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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호 10면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레고리 맨큐는 어쩌면 전 세계 경제학도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일지 모른다. 그가 쓴 『맨큐의 경제학』은 경제학 입문서의 바이블이 됐다. 1997년 출간돼 현재까지 7판이 나왔고, 수백만 부가 팔렸다.

피케티와 대척점에 선 맨큐

맨큐는 주류 경제학계의 떠오르는 스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자문회의 의장이 된 것이 45세 때다. 블로그를 사용해 학생 및 대중과 소통한다. 그가 가르치는 경제원론은 700여 명이 듣는 하버드대 최고 인기 강의다. 현재는 하버드대 경제학과장을 맡고 있다.

그는 자유로운 시장 자본주의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동시에 경제성장이 보다 도덕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금융산업이 시장경제에서 갖는 중요성을 옹호하고,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성과보상이 근거 있다고 주장한다.

때로는 논쟁도 불사한다. ‘트리클 다운(낙수 효과)’ 이론을 비판한 교황의 주장을 자신의 블로그에서 반박하기도 했다.

오늘날 주류 경제학에는 금융위기와 양극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비판이 쏟아진다. 맨큐에게도 그 비판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반(反)월가 시위가 한창이던 2011년 11월, 그의 경제원론 강의가 시작되자 일단의 학생들이 일어나 나가버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의 강의가 경제적 불평등을 영구화시키는 신자유주의를 정당화한다는 항의의 표시였다. 그날의 강의 주제는 경제적 불평등이었다.

그는 여러 면에서 진보 경제학계의 아이콘이 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와 대척점에 서 있다. 올 1월 보스턴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례학술총회에선 소득 불평등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놓고 피케티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맨큐는 자본주의의 속성상 소득 불평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피케티 주장의 핵심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피케티가 제시한 부유세는 모두를 가난하게 만들어 하향 평준화시키는 나쁜 정책이라고 결론짓는다.

맨큐는 “부의 상속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진보진영을 불편하게 한다. 부의 상속은 자본 축적으로 이어져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그것이 결국 부의 재분배에 기여한다는 논리다.

그렇다고 맨큐가 불평등 문제를 외면하는 ‘꼴통 보수’인 것은 아니다. 그는 소득 불평등의 뿌리를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서 찾는다. 기술 발달에 발맞춰 시장이 원하는 숙련 노동력이 제대로 공급되면 소득 격차가 줄어들지만, 그렇지 못할 때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 간의 소득 격차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그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교육시스템 개혁이라고 본다. 하지만 교육 개혁은 어느 사회에서든 시간이 걸리는 난제다. 그래서 그는 소득 불평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단기 처방으로 누진적 소비세를 제안하고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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