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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친구들이여 같이 갑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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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찰스 랭글
미 연방 하원의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테러 피습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상태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더없이 기뻤습니다. 리퍼트 대사는 그런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감히 따라 하기 힘든 뛰어난 직업정신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건강을 염려하는 글이 답지한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나는) 잘 있으며 굉장히 좋은 상태입니다. (아내) 로빈과 (아들) 세준이, (애견) 그릭스비와 나는 여러분의 지지에 깊이 감동받았습니다. 한·미 동맹을 진전시키기 위해 가급적 빨리 복귀하겠습니다! 같이 갑시다!”

 한국의 한 남성이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동맹국의 대사에게 칼을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정말 당혹스러웠습니다. 미국 대사관과 불과 100m 떨어진 한국의 대표적 공연시설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하지만 어느 사회·국가든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테러범이 한국인을 대표하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과 한국은 흔들림 없는 굳건한 동맹 속에서 지난 수십 년간 상호 이해와 존중의 정신을 쌓아왔습니다. 이는 한국전쟁 이래 굳건히 지켜온 양국 간 혈맹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나는 아직도 1950년 11월 30일 그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 나는 우리 부대원 90%가 목숨을 잃은 대동강 인근 근우리 전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습니다. 한국전쟁 3년 동안 200만 명의 미군이 참전했습니다. 그중 최소 5만4000명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10만 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실종되거나 적의 포로가 된 미군도 8000명이 넘었습니다. 그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미군 병사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왜 싸워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이제 오늘날 나와 내 동료들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민주주의 국가이며 대표적 모범사례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분연히 일어서 활기 넘치는 민주주의와 역동적인 경제, 그리고 21세기의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했습니다. 수도 서울의 고층빌딩들과 수많은 기업, 아파트 단지들은 한국인의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투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증거입니다. 앞으로도 미국은 한국과의 우정을 한 치도 흔들림 없이 지켜낼 것입니다. 또 한국과 함께 세계 안보 위협에 맞서 싸우고, 경제와 문화적 연대를 높여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리퍼트 대사에 대한 터무니없는 이번 테러는 우리에게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남아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직도 한반도는 둘로 분단돼 있고, 1000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들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그중 한국계 미국인이 된 수십만 명은 한국전쟁 이후 한 번도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60여 년의 세월을 애태운 너무도 큰 고통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 나는 이들을 위한 결의안을 발의했습니다. 북한에 가족을 남겨둔 재미 한인의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하는 결의안이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은 한반도의 화합을 강화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나는 71년 이래 지금껏 기나긴 세월 동안 미 의회에서 한국을 응원해 왔습니다. 2007년에는 하원 세입위원장으로 있으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2010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가 발의한 한국전쟁 60주년 기념 합동 결의안(H.J. RES. 86) 법안에 서명을 했습니다. 때는 마침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2013년에는 미국 상·하원이 또 다른 나의 법안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촉구하기 위한 결의안’(H.CON. RES. 41)을 통과시켰고, 그 덕분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이 모두가 나의 자랑거리입니다.

 이제 우리는 한국 독립 70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두 나라가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면서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켜 나갈 것임에는 추호의 의심도 있을 수 없습니다. 나 자신이 이 위대한 나라의 역사에 일부분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다는 사실과 또 한국이 세계 속에서 활짝 꽃을 피우면서 그 어떤 나라보다 가까운 맹방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영예롭게 생각합니다. 나는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합니다. 친구들이여 함께 갑시다.

찰스 랭글 미 연방 하원의원

◆찰스 랭글(84) 미 연방 하원의원=뉴욕의 흑인 빈민가 할렘에서 태어나 1971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이후 23선 의원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미 의회 내 대표적 친한파로, 뉴욕 할렘과 브롱스 일대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20세이던 50년 한국전쟁에 파병돼 흑인 병사로만 이뤄진 ‘503포병대대’ 소속으로 전투를 치렀다. 북한 대동강 인근 근우리에서 중공군에 포위됐을 때 파편이 박힌 몸으로 40명의 동료를 이끌고 나온 공로로 퍼플하트훈장(전투 중 부상당한 군인에게 주는 훈장)과 청동성장(星章)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