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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출신 장윤석 의원 "범인 덮쳐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현장에서 범인을 가장 먼저 제압한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은 5일 본지 통화에서“(범인을) 덮쳐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법무관 시절 공수특전사령부에서 근무했고 현재 대한복싱협회 회장을 맡고 있을 만큼 평소 체력단련에 신경 써 왔다. 장 의원은 “굳이 주먹을 날리지 않았지만 (범인) 등허리에 올라타서 제압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장 의원이 전한 당시 상황이다.

-많이 놀라셨겠다.
“엉겁결에 생긴 일이어서…”

-당시 상황이 어땠나.
“나중에 확인해보니 (범인이) 우리 헤드테이블 왼쪽 뒤에 있는 6번 테이블에 와서 앉아 있었다고 한다. 헤드테이블에는 리퍼트 대사 바로 왼쪽 옆에 제가 앉고 제 옆에 김덕룡 전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 그 옆이 즉 제 맞은 편인데 김민하 초대 민화협 회장, 그 옆에 이성헌 전 의원,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안양옥 교총 회장이었다. 그 옆이 리퍼트 대사 오른쪽인데 여기엔 통역이 앉았다.
헤드테이블에서 3~4분 자유로운 대화를 하고있는데 수프가 나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리퍼트 대사 옆에 개량한복을 입은 사람이 뭔가 소리를 지르면서 막 위해를 가한 거다. 범인이 리퍼트 대사를 덮치니까 저도 순간적으로 일어나서 그를 덮쳤다.
저는 리퍼트 대사의 왼쪽에 앉아있었고, 범인은 오른쪽에 앉은 통역사 쪽에서 리퍼트 대사를 덮쳤다. 리퍼트 대사가 제가 있는 쪽으로 쓰러지게 되니 저도 일어나서 범인을 덮쳤고 바닥으로 같이 넘어진 거다. 바닥에 넘어진 다음 제가 그의 등 뒤에 올라타 버렸다. 그리고나서 주위에 있던 두세 사람이 가세해 범인을 제압한거다.
그런데도 범인이 소리지르고 하니까 주위에서 여러사람들이 같이 와서 제압이 됐다. 저도 그제서야 일어나보니 대사는 이미 병원으로 가고 테이블 위에 굵직굵직한 핏방울이 수십개나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과도가 있더라. 목재로 된 손잡이가 한뼘쯤 길이 되는 것 같고 칼날이 한뼘 정도 된다. 나중에 제복경찰관 둘이 와서 거기 있던 사람들과 범인을 함께 들고 회의장 밖으로 나가면서 일단 사태는 끝났다.”

-범인이 계속 뭐라고 소리 치던가.
“소리쳤죠. 구체적인 워딩은 사실 기억이 잘 안나는데 제 기억에 남은 거는 미국인지 미군인지 그런 말이다. 나중에 상임의장들이 긴급대책회의한다고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거기서는 그 자를 아는 분들도 있더라. 민화협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선 그 사람이 김모씨인데 초기에 민화협에 가입된 단체에 속한 사람이었다 그런 얘기도 하더라. 난 일주일 전에 상임의장으로 선출되서 민화협 행사에 사실 처음 참석한 거였다.”

-사건있기 직전에 3~4분간 리퍼트 대사와 어떤 얘기를 나누고 있었나.
“리퍼트 대사가 첫 아들을 한국에 와서 낳았지 않나. 리퍼트 대사가 ‘제가 둘째 아이를 낳게 될 때는 아마 대사가 아닐텐데 둘째 아이도 한국에 와서 낳고 싶다’고 덕담했다. 그러니까 한 분이 미국은 속지주의여서 미국에서 태어나면 미국 국적을 얻는데 우린 속지주의가 아니지 않느냐며 안타깝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그래서 제가 ‘지금 대한민국 국적법은 속인주의지만 혹 대사님께서 원하시면 제가 국회 입법부에 있기 때문에 속지주의로 개정하게 되면 (둘째 아이는) 대한민국 국적도 얻을 수있다’는 농담을 했더니 다들 와하하 웃었다. 그리고 리퍼트 대사가 한국에 부임하셔서 우리나라 국민들하고 잘 접촉해서 대한민국의 어떤 연예인보다도 한국사회에서 인기가 높다는 얘기를 제가 했다. 그러니까 리퍼트 대사도 쾌활하게 웃고 그렇게 편한 대화를 하다가 수프가 나온 그 순간에 기습이 있었다.”

-누구나 올 수 있는 행사였나?
“저도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게 그 사람이 불온했는지는 모르지만 민화협에 초기 가입단체에 속한 사람이었다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출입구에 와서 내가 누군데 명패를 써주세요, 네임텍 써주세요 해 가지고 달고 들어와 앉았다는 거다. 거기엔 민화협 관계되는 단체 관계자들은 누구나 올 수 있는 자리였고, 민화협 관계자가 아니라도 리퍼트 대사가 강연한다는걸 알고 듣고자 하면 아마 출입구에서 막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까 출입은 자유로운 자리였는데, 저희들이 아쉬운건 주한 미 대사면 사실 신변 보호가 필요한 분 아닌가. 우리로서도 그렇고 경찰로서도 그렇고. 그런데 신변보호 경호가 좀 미흡했던 것 아닌가 결과적으로. 그런아쉬움이 남는다. 민화협으로서도 사과 성명 발표를 한 것으로 안다.”

-제복 경찰이 도착한건 얼마 후인가.
“제복 경찰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한참 늦었다. 제가‘경찰에 빨리 연락해야되지 않느냐, 연락했느냐’ 하니까 사복입은 한 사람이 ‘제가 경찰입니다’ 했다. 그래서 ‘왜 빨리 경찰 불러야지’ 하니까 ‘연락했습니다’ 이러는데, 제복 경찰관이 온건 그로부터 한참 뒤다.
제가 1차 (범인) 등허리에 타서 제압하고 두세 사람이 와서 제압이 된 다음에 저는 빠져나오고 사람들이 범인을 누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왜 경찰이 안와, 경찰 안 와’ 이렇게 할 때 꽤 시간이 간 것 같다. 그게 얼마만한 시간인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한참 후에야 제복경찰 두명이 들어오더라.”

-범인이 걷지 않고 팔 다리 들린채 실려 나간건가.
“그렇다. 계속 범인은 아프다고 ‘아아’ 소리 지르고 하더라. 아마 우리가 위에서 제압했으니 본인으로서는 눌려서 아프다 그런 뜻인건지… 그런 과정에 (범인) 발목 부상이 있었을런지도 모르겠다.”

-본인은 다친 데 없나.
“저는 다친데는 없다. 제가 법무관 생활을 공수특전사령부에서 했다. 공수특전부대 출신이고 지금 대한복싱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렇지만 제가 주먹을 날리진 않았다. 범인을 누르기만 했다. 제가 등허리에 타버렸으니 굳이 주먹을 안 날려도 제압이 됐다.

-범인 멱살을 잡고 끌어당기면서 넘어진건가.
“그냥 ‘덮친다’ 이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같이 바닥에 넘어진 거다.”

-사태가 수습된 직후엔 어떻게 했나.
“세종문화회관 안에서 상임의장들끼리 모여 긴급대책회의를 했다. 민화협으로서 입장과 성명 발표하는 것 의논했다. 미국대사가 대한민국 영역인 서울 한복판에서 저렇게 위해를 당했으니 우리로선 책임이있고 사과해야 할 일이다. 민화협 행사에서 생긴 일로 인해서 한미양국간에 동맹관게나 우호관계에 조금의 손상도 있어선 안된다는 걱정을 했다.”

-리퍼트 대사 위문할 예정인가.
“글쎄, 그건 아직 어떻게 할 입장은 못될 것 같다. 하여튼 빨리 대사님이 쾌유하셨으면 좋겠다. 또 가족들도 얼마나 놀랐겠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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