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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30대 여성 그녀들의 재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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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근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돈 관리 능력인 금융지수(FQ)가 미국 청소년에 비해 상당히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씀씀이가 헤프다는 오명을 듣고 있는 30대 여성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2005년을 사는 30대 한국 여자들의 재테크 대차대조표를 공개한다. 이를 위해 여론조사 전문 사이트 폴에버(www.pollever.com)가 10월 25일~11월 12일까지 30대 여성 온라인 회원 419명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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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응한 여성들의 한 달 평균 수입은 200만~300만원이 전체의 27.9%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미혼여성만 떼놓고 보면 100만~200만원이 압도적(38.1%)으로 많았다. 그렇다면 번 돈 가운데 얼마나 재테크에 투자하고 있을까. 30대 여성 넷 중 하나(28.9%)가 수입의 50% 이상을 투자하는 짠순이였다. 반면 수입의 30%도 채 모으지 못하는 사람도 35.1%에 달했다.

짜든 헤프든 자신의 기대만큼 많은 돈을 모으지 못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여자 나이 서른셋이면 4000만~6000만원쯤의 자산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31.5%)했지만 정작 갖고 있는 돈은 이에 크게 못 미쳤다. 자산 2000만원 미만이 31.3%로 가장 많았고, 돈이 아예 없다고 답한 경우도 3.1%였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확인하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혹시 정보력 부족일까. 그러나 30대 여성들은 대부분(65.4%) 재테크에 대해 남들이 아는 정도는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재테크에서는 절약정신(8.6%)보다는 정보력(91.4%)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직접 만나본 재테크 고수들은 모두 재테크 성공의 제1조건으로 '무조건 아껴라'며 절약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최근 직장을 그만둔 전업주부 임모(34)씨. 사내 커플인 남편과 함께 11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무려 15억원이나 모은 고수 중의 고수다. 임씨의 재테크 방법은 단순했다. 바로 철저하게 '안 쓰기'다. 핸드백 하나로 10년을 버티면서 직장 생활 내내 월급의 90%를 저축했다. 물론 결혼 전 남편과 각기 따로 분양받은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자산이 크게 늘어 부동산으로만 수억원대의 수익을 올렸다. 그렇다고 단지 운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사 입은 옷이라고는 팬티 두 장이 전부"일 정도로 악착같이 모았다. "웰빙 좋아하면 돈 못 모은다"는 임씨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부동산 투자가 영 꺼림칙하다고? 그렇다면 비서로 일하는 1년차 주부 이강재(30)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월급의 50%를 저축하는 이씨는 만기가 돼 적금을 타면 다시 붓는 식으로 5년 반의 직장 생활 동안 꾸준히 재테크를 해 7000만원을 모았다. 이씨가 권하는 방법은 다른 30대 여성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은행상품이나 간접 투자상품을 활용하는 것. 다만 '일정 금액을 반드시 저금하라, 그리고 남는 돈으로 생활하라'는 재테크 철학을 확실히 실행했다는 차이가 있다.

많은 사람이 재테크 수단으로 저축을 얘기하지만 다들 쓰고 남은 돈으로 저축한다. 그러나 고수들은 일단 저축한 후 남는 돈으로 생활을 한다. 영어교재 에디터인 김민주(29)씨도 마찬가지다. 직장 생활 5년 만에 1억2000만원을 모은 김씨는 "남는 돈으로 저축을 하는 게 아니라 저축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흔히 재테크와 인간관계는 양립할 수 없는 상극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임씨는 돈 쓰는 모임에 아예 안 나가 돈 쓰는 경로를 원천봉쇄했다. 그러나 이씨나 김씨는 발품만 제대로 팔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고 말한다.

평소 쇼핑을 좋아하는 김씨는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발품을 팔아 싸게 산다. 내 몸 괴롭혀 돈을 아끼자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사용자 후기처럼 남들이 귀찮아서 응모하지 않는 이벤트에 성실하게 대꾸해 한 달에 두 세 번은 경품을 챙겨 돈을 아낀다. 김씨는 수년간 경품을 받았던 노하우로 아예 경품 사이트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씨도 런던 패키지 여행에서부터 헬스클럽 1년 회원권까지 숱한 경품을 받아 돈을 벌었다. 이렇게 아낄 수 있는 곳에서는 아끼고 쓸 때는 쓰면 인색하다는 욕은 절대 먹지 않는다.

김윤경 FL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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