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와 '스마트 원자로' 합작 … 2조원 들여 2기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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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킹칼리드 국제공항에 도착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오른쪽)의 영접을 받고 있다. 두 정상은 공식 오찬에 이어 회담을 갖고 한국형 ‘스마트 원자로’ 수출 등을 주요 의제로 논의했다. 가운데는 이슬람 전통 의상 `아바야`를 입은 통역. [리야드=박종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정상회담을 하고 ‘스마트(SMART) 원자로’ 수출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스마트 공동 파트너십 및 인력 양성에 관한 양해각서’에는 한국이 개발한 20억 달러(약 2조19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중소형 원자로 2기를 사우디에 건설해 시범 운영한 뒤 제3국에 공동 수출하는 방안이 담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려면 시험용 원자로를 지어 잘 돌아간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현재 국내엔 스마트 원전이 1기도 없어 사우디와 이런 협력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원자로’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10만㎾의 중소형 원전으로, 대형 원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날 MOU 체결로 스마트 원자로 2기를 수출할 계기를 구축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르면 2016년 2기 이상의 첫 원자로 건설이 가능할 것”이라며 “양국은 공동 회사도 설립해 사우디에 추가로 원자로를 건설하는 것은 물론 제3국 수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2040년까지 약 18GW 규모(12∼18기)의 원전을 건설할 예정이다.

 두 정상은 창조경제혁신센터 수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창조경제’ MOU도 체결했다. 박근혜 정부가 주요 어젠다로 추진 중인 창조경제 모델의 첫 해외 진출 사례다. 사우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SK텔레콤이 사우디 텔레콤과 협력해 설립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이외에도 해운협정 MOU, 전력 분야에 대한 포괄적 협력 MOU 등 모두 14건의 MOU를 체결했다. 청와대는 이번 순방을 계기로 수주가 기대되는 사업으로 ▶사우디 전력공사 발주 프로젝트(30억 달러)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2억 달러) ▶특화제약단지 구축(2억 달러) 등을 꼽았다. 모두 54억 달러 규모다.

 ◆여성 수행원, ‘아바야’ 착용=양국 정상회담과 오찬 행사 등에선 청와대 부속실 소속 또는 통역·속기 등을 맡는 한국 측 여성 수행원들이 ‘아바야’를 입었다. 박 대통령은 정상이어서 제외됐다. 아바야는 이슬람 전통의상인 히잡의 한 종류로, 얼굴·발·손을 제외한 온몸을 가리는 검은색 망토 모양의 옷이다. 사우디는 중동에서 가장 엄격한 이슬람 국가로 여성은 외출할 때 아바야를 입는다.

5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박 대통령의 그랜드 모스크 방문 때 여성 수행원들은 이슬람 전통 의상을 입기로 했다. 다만 여성 경호원들은 아바야를 입지 않는다.

리야드=신용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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