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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소통 위해 탄생한 정무특보단의 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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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허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허 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특보(특별보좌관)단 신설 계획을 밝히며 “국회나 당·청 간에도 좀 더 긴밀하게 소통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보단 신설 목적이 소통 강화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특보들, 특히 정무특보는 대통령과 국회의 소통에 기여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새로 발탁된 3명의 정무특보들(새누리당 주호영·윤상현·김재원)이 시작부터 불통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을 어겼다는 지적에서 시작됐다. 국회법 29조는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공익 목적의 명예직’ 등 예외적으로만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 특보가 소정의 활동비만 받는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이유로 합법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법 조항을 좀 더 살펴보면 논란의 소지가 있다.

 명예직이라 할지라도 임기 중인 의원이 겸직을 하게 되면 국회법상 지체 없이 국회의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게다가 국회의장은 그 직이 겸직 가능한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의견을 묻고, 이를 존중해서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의원 신분의 세 특보는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3일 현재까지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신고 지체’가 오래 되면 엄연한 불법이 된다. 정 의장도 세 의원의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현역 의원의 특보 발탁을 문제 삼자 새누리당은 브리핑을 통해 “2006년 10월 2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해찬 의원 등 4명을 정무특보로 임명했다”(권은희 대변인)고 반박했다. ‘네가 하면 로맨스고, 내가 하면 불륜이냐’는 식의 되치기다. 그러나 ‘네가 불법을 저질렀으니 나도 법을 안 지키겠다’는 논리는 적절하지 않다.

 사실 논란의 핵심은 권력분립이 아닌 특보단 신설의 목적이기도 한 소통이다. 특보단은 탄생부터 소통과 거리가 멀었다. 애초 특보단 신설의 아이디어는 지난해 12월 19일 박 대통령이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 이른바 친박계 중진 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했을 때 나왔다.

 당시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달 10일 박 대통령과 만났을 때 “정무특보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세 정무특보의 내정 소식은 청와대의 공식 발표 1시간 전에야 새누리당 지도부에 전달됐다고 한다.

 정무특보단의 첫 역할은 결자해지(結者解之)돼야 한다. 특보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겸직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 문제가 생겼다고 피해 있을 게 아니다.

허진 정치국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