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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냄새’가 나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뉴스위크]강력범 피해자가 체취 이용해 범죄자 찾아내는 실험 75% 성공률 보여…목격자 범인식별보다 정확도 높아

냄새가 다른 어떤 감각보다 기억을 불러내는 강력한 요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과학계에 알려졌다. 최근 인간의 똑똑한 코를 활용해 강력범죄 피해자가 범인을 찾아내도록 돕는 방법을 과학자들이 연구 중이다.

수사 드라마에서 목격자의 용의자 식별작업은 익숙한 광경이다. 피해자가 무작위로 선발된 낯선 사람들 중에서 시각적 기억에 의존해 용의자를 찾아내려 애쓴다. 그러나 근년 들어 시각적 기억을 바탕으로 한 목격자 범인 식별의 정확도가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갈수록 쏟아져 나온다. 아마도 끔찍한 사건과 관련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탓인 듯하다. 그에 따라 과학수사 담당자들은 피해자가 범인을 가려내도록 돕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 왔다.

포르투갈 아베이로대 연구팀은 냄새 실험을 했다. 대학생 피험자 40명에게 폭력범죄 동영상을 보여주는 한편 기증자의 겨드랑이에서 채취한 체취 샘플를 맡도록 했다. 그 뒤 5가지 다른 냄새가 담긴 유리병들을 학생들에게 주고 앞서 맡았던 체취를 가려내도록 했다.

이들은 75%의 성공률을 보였다. 목격자 범인식별의 성공률 45~60%에 비해 정확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 실험에서 냄새가 왜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드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체취 정보를 처리하면서 동시에 경험한 부정적인 감정과 관계있을지 모른다고 과학자들은 추론한다.

존 제이 칼리지의 과학수사학과 학과장인 래리 코빌린스키 교수는 이 기법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그는 이 실험에 참가하지 않았다). 냄새는 복잡하고 날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리고 조사에서 감안되지 않은 변수가 너무 많다. “그것이 언젠가 증거로 채택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코빌린스키 교수는 말했다. “이 기법이 ‘거짓 양성’과 ‘거짓 음성’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내겠는가? 과학수사에선 실생활을 다룬다. (범인이 잡힐 때까지) 한 주 또는 한 달은커녕 단 하루 동안 일어나는 냄새의 변화 가능성을 생각해 보라.”

“사람들은 저마다 지문과 마찬가지로 독특한 체취를 갖고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그들은 실제로 변수를 감안하려 노력했다. 몸 냄새 표본을 채취하기 전에 기증자에게 방취제 또는 향수를 뿌리거나 자연스러운 체취를 바꿀 만한 어떤 활동도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범인에게 딱 꼬집어 애프터셰이브 로션을 바르지 말라고 요구할 순 없다.

글= 레시아 버샤크,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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