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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같이 찾아온 아르헨티나의 「봄」|전미국무차관보가 지켜본 민정이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아르헨티나군사독재의 종식은 올해의 가장뜻깊은 사건중의 하나였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최근「카터」행정부때 국무차관보로 아르헨티나 인권문제를 담당했던「패트·데리언」씨의「민정이양전야목격담」을 실었다.
즐거운 일이 생겼다. 너무도 즐거운 일이라 수만명 아르헨티나인들은 한가로이 잠을 자거나 집안에 들어박혀 있을수 없었다. 아르헨티나인들은 3일밤이나 잠을 자지않고 밖으로나와 서로모여 환성을 지르고, 노래하고, 기를 흔들고 마주보며 웃었다. 전국이 축제무드에 들떠있었다.「추한 전쟁」이 끝난것이다. 군사정부 지배하에서 그들이 겪어야 했던 실종과 고문,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7년간이나 테러독재를 자행해 온 군장성들과 함께 멀리 사라져버리고 마침내 아르헨티나에 봄이 온것이다.
붸노스아이레스 공항의 경우 자동화기로 무장을하고 공항을 지키던 수많은 병사들이 사라져버린 광경은 l977년 그들이 처음 나타났을때 만큼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군인들이 공항을 지키고있던 당시에 나는 아르헨티나의 인권현황을 시민들로부터 직접 들어보고 그 비참한 실상과 미국의 인권정책을 군사정부에 얘기할 임무를 띤 미정부관리의 자격으로 아르헨티나를 방문한적이 있었다.
이번 방문은 정부에 의해 자행돼온 가혹한 시민탄압이 마침내 끝나는 역사적인 순간에 상징적 목격자가 되어달라는「알폰신」의 급진당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취임식 이틀전에도「5월 광장의 어머니들」은 그들의 실종된 자녀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라도 알려달라며 정부주청사 앞 광장을 빙빙 돌았다.
군사독재정부 아래서의 마지막 이번 시위에는 깃발과 풍선이 날리는 가운데 이들을 동정하고 찬양하는 수많은 군중들이 함께 끼어들거나 또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정부청사는 문이 굳게잠겨 있었고 독재자들도 사라지고 없었다. 자동화기를 든 군인 두명이 지붕에서 이를 물끄러미 내려다 볼 뿐이었다.
한 미국기자는 군인한명이 군중을 향해 조준하고 있는것들 봤다고 말하고 있지만 군중들은 지붕위 군인따위에 신경을 쓰는것같지 않았다. 사람들은 외국인에게 다가가 그들의 자유를 얻은 기쁨을 털어놓았다. 『말하고 싶은것은 말할수있어요』『이제 끝났어요』구름 한점없이 파란하늘에 태양이 빛나고 었었다.
그러나 내가 아르헨티나에 도착한뒤 한시간쯤 후부터 시작해서 밤이 새도록,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 들려온 대형북소리는 축제행사를 약간 변형시켰다. 그 소리는 과거의 상황과, 그때까지 해결되지않고 있는것과, 앞으로 해결되어야하는 것들을 일깨워주는 음이었다. 새대통령은 의회연단에서 취임연설을 했다. 『우리는 이곳 아르헨티나에서 죽은목숨이나 다름없이 살아왔다. 우리는 절대로 잊을수없는 교훈을 가지고있다. 우리는 고난의 교훈을 배웠다. 국민이 스스로 그 정부를 선택할수 없는고난. 국가를 위한 통치가 아니라 폭력과 특권을위한 통치를 일삼는 자들때문에 생긴 고난.』
나는「로널드·레이건」미대통령이 그 자리에 참석해서 그 연설을 들었더라면…하고 생각했다. 「레이건」은 아마 느끼는 바가있어 미국이 이 나라를 도울수 있는 방도를 모색케 될것이다. 그런데 그대신에취임식 이틀전「레이건」은 무기판매의 재개를 승인했다.【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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