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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국회] 이념이 죽어야 한국이 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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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국을 잠재우려 하는가, 이념에 지배당하는 사회이동을 경고한다.

조선 500년 역사를 지배한 성리학은 조선사회를 봉건주의의라는 깊은 잠에서 스스로 깨어나지 못하도록 강압했다. 퇴계 이황이나 기타 당대에 유명세를 탄 성리학자들이 이념론을 버리고 천체를 연구하고 과학기술을 탐구했더라면, 더 빨리 그 깊은 잠에서 조선은 깨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그 깊은 잠에서 조선은 명분론에 싸인 체 홀로 깨어나지 못했다. 조선을 잠에서 깨우려 한 세력 즉 당시 제국주의 기치아래 조선에 대해 통상을 강요하고 다녔던 서구 열강들이 있었지만 끝내 조선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히려 쇄국정책을 단행함으로서 고립을 자초했다. 다만 먼저 잠에서 깬 일본이 조선에 대해 주먹질과 발길질 더 나아가 칼질과 총질을 함으로써 비로소 조선은 잠에서 깨어났다.

결국 조선을 지배한 명분론이란 다름 아닌 이념이었다. 이 이념으로 인해 양반은 뒷짐을 져야하고 아침에 일어날 때 반드시 큰 헛기침을 해야 했다. 대소변이 마려워 참지 못할 지경이 되더라도 설사 그냥 싸는 한이 있더라도 누군가 짚신을 댓돌에 갖다놓아야만 했으며, 그러니 댓돌 위 짚신을 신는 데에만도 수분이 소요되었다. 짚신을 신기 위해서는 허리를 곱 추 세워야 했고, 고개는 하늘을 향해야만 했다. 손마저 뒷짐을 져야했으니 생명 없는 짚신이 저 홀로 양반의 발에 신겨야만 했던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마당을 가로질러 놓인 뒷간과 사랑채와의 거리가 또한 만만치 않았는데, 양반의 팔자걸음으로 그곳에 당도하자니 족히 반나절은 걸리고도 남지 않았는가? (물론 양반의 이러한 행동에는 이념을 유지시키도록 강요한 신분제도가 있었다)

이렇듯 조선사회는 신분제 사회구조가 갖는 명분론에 싸인 체 5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잠을 자고 말았다. 태조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만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현재 역사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태조 이성계가 명분론에서 벗어나 정도전만이라도 버리지 않았다면 조선 500년 역사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조선이 성리학을 버리고 공맹을 일찍 버렸다면, 현재의 한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세계 역사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서 있을 것이다.

조선이 빚어놓은 기술들, 훈민정음으로부터 거북선에 이르기 까지, 기타 무수한 생활기술들이 장려되었다면, 우리는 이미 세계상업의 중심지로, 세계 과학의 메카로 부상되어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오늘 우리는 또 다시 ‘좌파다, 우파다, 이념이다, 탈 이념이다, 뉴-라이트다, 실용주의다, 보수다, 진보다, 중도다, 중도 우파다’라는 이념 논쟁 속에 사회가 침몰하고 있다. 역사 후퇴를 불러 올 새로운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현재 우리세대를 가리켜 ‘화려한 물질과 과학기술의 시대에 오히려 새로운 잠을 청했다. 그 결과 과학기술입국은 퇴보했고, 역사 또한 뒷걸음 질 쳤다. 그 때 대한민국이 잠을 청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더라면, 오늘 우리사회의 모습은 영 딴판 이었을 것이다’고 말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옆에서 누군가는 이러한 말을 덧붙였을 것이다. ‘노무현을 대통령에 뽑지 않았다면 혹은 국민이 그의 개혁론에 속지만 않았더라도 대한민국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고 말이다.

현재 우리사회 내부에서 일고 있는 이념 논쟁은 그 진원의 여부와 관계없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 다음 책임자는 국회의원을 위시하여 소위 정치가라 일컫는 사람들이며, 그 다음은 역시 학교에서 강의를 한답시고 이러한 이념논쟁에 편승, 그것을 촉발시키고 있는 소위 교육자 혹은 지식인들이다.

이제 그들은 내 편을 확대하기 위해서 학생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나는 누가 되었건 간에 이 부분만은 절대 금기시할 것을 권고한다. 사실 이념이 형이상학에 머물지 못하고 형이하학으로 내려와 사회질서에 편승하게 되면, 즉 정치에 이용되면 국가경제는 반드시 거덜 나게 되고, 거덜 난 국민은 희망 아닌 희망을 찾아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 즉 국수주의가 고개를 들게 된다. 그 결과 탄생하게 되는 것이 소위 파쇼와 같은 독재 권력이다. 앞에서 제기한 사회이동이 독재 권력을 탄생시킬 명분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누가 또 다시 한국을 잠재우려 하는가?

이제 국민은 결코 또 다시 이념에 지배당해서는 안 된다. 이념을 이용하려는 사회내부의 그 어떤 세력도 이 순간부터 그것을 포기해야 한다. 더군다나 정치 세를 불리기 위한 이념의 사용은 반국가적이며 반민족인 처사로서 반드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 땅의 국민이여! 또 다시 이 국가가 이념으로 인해 잠들어서야 되겠는가? 국민 모두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세계를 보고, 미래를 보자. 그리고 탈 이념의 길 즉 實事求是(실사구시)의 길로 다함께 나서자. 더 이상 국민이 정치에 희생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제안)

저는 우리사회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 문제의 확산을 막고 잠재우기 위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 담화를 통해서 이 문제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취해주실 것을 촉구한다. 현재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한국 선진화의 길은 ‘자유로서의 발전’이며, ‘창조적 자유가 기능하는 새로운 사회’라는 점에 대한 선언이 그 것이다.

사실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국정운영의 목표가 ‘분권, 자율, 그리고 정의’의 실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이 사실을 말로만 듣고 있을 뿐 머리로 듣지 못해서 그것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모르고 있으며, 오히려 깊은 오해 속에 빠져들고 있다.

이 오해를 해소시킬 수 있는 분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며, 비록 정 경제보좌관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5섯 가지 오해’라는 글에서 이와 관련된 설명을 하고 있지만 그것조차도 국민은 믿으려 하지 않고 있다.

단적인 예로 국가보안법의 폐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우리사회의 정치적 자유 혹은 사회적 자유를 확대하고자 함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마치 북한을 두둔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으며, 오히려 국가정체성 논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이 같은 국민적 오해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그 목적을 분명히 적시 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그 것에 대한 책임은 역시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 문제를 보다 분명히 적시함으로써 비로소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 되며, 국민적 오해 또한 해소할 수 있는 길이다.[디지털국회 정득환]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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