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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 기자의 '미장원 수다'] 살과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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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접어드니 따뜻해진 공기가 꿈틀꿈틀 봄 기운이 느껴집니다. 저에게 봄과 함께 온 꿈틀거림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살'입니다. 지난달 설 연휴동안 '명절이니까 괜찮아'를 마음 속에 외치며 각종 산해진미를 즐겼는데, 이게 연휴가 끝난 후에도 계속 이어져 겨우내 살금살금 올라가던 체중이 제대로 탄력을 받고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체중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서 2~3달 전에만해도 넉넉했던 바지를 못 입게 된 건 물론, 불과 1주일 전에 입었던 자켓도 작게 느껴질 정도로 놀라운 가속도를 내고 있답니다. 그런데도 아직 정신 못 차리고 '날 따뜻해지면 운동해야지' '오늘까지만 먹고 내일부터 다이어트해야지'하는 영원히 오지 않는 '내일'부터로 다이어트를 미루고 있죠.

그래서 오늘은 저 스스로의 다짐 겸해서 직접 해보고 효과를 본 다이어트 법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원칙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하루에 필요한 열량보다 적게 먹는 것, 둘째는 살을 빼고 싶은 부위를 직접 움직이는 것. 여러 가지 다이어트에 도전해본 결과 이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낸 다이어트 방법은 없었습니다. 단, 이 두 가지는 동시에 함께 해야 합니다. 하루 필요 열량을 그대로 먹거나 혹은 더 넘게 먹고 운동만 해도 안되고, 운동을 하지 않고 열량 조절만 해도 안됩니다. 운동만 하면 살은 빠지지 않은 채 점점 근육질로만 변해가고 열량 조절만하면 아픈사람처럼 얼굴 살만 쪽 빠지고 금방 요요가 오기 때문이죠.

며칠 전 오랜만에 동네 네일 숍에 들렀을 때 이야깁니다. 그 곳은 피부 관리를 함께 하는 곳이었는데 한 50대 여성이 방문해 상담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됐습니다. 천천히 관리 메뉴를 살펴보던 그녀는 복부 관리 마사지를 보며 "정말로 이거 하면 배가 들어가요?"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묻더니 그 자리에서 몇 십만원 대의 사용권을 끊더군요. "뱃살 빼려고 별 짓 다해봤는데 어떻게 해도 정말 안 빠진다"는 얘기를 덧붙이면서요.

그 순간 저는 헬스 트레이너 일을 하고 있던 동생과의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허벅지 살은 안 빠질까. 이건 타고 나서 뺄 수 없는 건가봐"라고 하소연하자(저는 하체비만형 체형입니다) 동생은 "허벅지 살을 빼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데"라고 일침을 가하더군요. 그 순간 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전 말만했지 사실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그 일이 있은 후 한참 뒤에서야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다이어트때문만은 아니었고 척추측만증으로 인한 허리 통증이 시작돼 허리와 등 근육 강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도전한 것은 흔히 '헬스'라고 말하는 피트니스에서의 근력 운동이였습니다. 1주일에 2번, 한 번에 1시간씩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운동을 했습니다. 근력 운동 후에는 혼자 40분씩 걸었습니다. 러닝머신에서 하지 않으면 집까지 걸어 갔습니다. 식사 조절은 하지 않았습니다. 살을 빨리 빼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식사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운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 달이 지나자 몸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게 느껴지더군요. 자세가 곧게 바뀌고 발걸음이 가벼워졌습니다. 튀어 나왔던 배와 옆구리가 판판하게 들어가기 시작했고요, 투둘투둘하게 셀룰라이트가 보였던 허벅지의 부기도 빠져갔습니다.

하지만 살은 빠지지 않더군요. 욕심이 난 저는 식사 조절과 함께 운동량을 늘려야 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제가 1주일에 2번 이상 피트니스 센터를 찾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 퇴근길에 1시간씩 걸어서 집에 가는 것으로 유산소 운동량을 늘렸습니다. 사무실에 나와서 집에까지 온전히 걸어 가려면 2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1시간만 걷고 그 다음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탔습니다. 매일 할 순 없었고, 1주일 중 운동을 하지 않는 날 중 하루를 골라 했습니다.

운동은 그럭저럭 해냈지만 식사 조절은 참 힘들었습니다. 1kg의 살을 빼기 위해선 약 7000kcal의 열량을 소모해야만 합니다. 성인 여성의 하루 필요 열량을 약 2000kcal 정도로 잡는데, 하루 500kcal씩을 줄여도 14일을 꼬박 조절해야만 겨우 1kg이 빠진다는 얘기입니다. 된장찌개 같은 간단한 한식 식단의 열량이 1끼에 900~1000kcal 정도로 볼 수 있으니 하루 1500kcal만 먹는다는 게 얼마나 적게 먹어야 하는 건지 상상할 수 있을겁니다.

저의 경우는 워낙 먹는 걸 즐기는 터라 음식량을 줄이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해서 영양사, 비만클리닉 의사, 트레이너 등 여러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한 끝에 규칙을 몇 가지 세웠습니다. ◇아침·점식 식사는 꼭 하기 ◇저녁식사는 최대 7시 전에 먹기(넘기면 먹지 않기) ◇식사는 저녁만 원래 양의 절반으로 줄이고 아침과 점심은 정상적으로 먹기 ◇음식 종류는 짠 음식, 매운 음식, 기름에 튀긴 음식, 빵, 라면을 제외한 다른 걸 먹기 ◇먹고 싶은 게 생기면 아침과 점심에 먹기.

쉬운 것 같지만 참 어려운 규칙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원 푸드 다이어트'나 닭가슴살만 먹는 다이어트법보다 지키기 쉬웠고 사회 생활도 무리없이 가능했습니다. 저녁에 먹고 싶은 게 생기면 생각해 놨다가 다음날 아침이나 점심에 먹었습니다. 중간에 간식이 먹고 싶으면 바나나 1개나 견과류를 한 줌만 덜어놓고 먹었습니다. 주중엔 이 규칙들을 잘 지키고 주말 중 하루 저녁은 원칙과 상관없이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었습니다. 이렇게 운동과 식사조절을 병행한지 3달째가 되자 남들이 알아볼 정도로 몸의 라인이 잡히고 살이 빠졌습니다. 물론 그 전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겁니다. 갑자기 지젤 번천같은 모델의 몸이 된 건 아니고요. 하하.

제 다이어트 얘기로 부족하다면, 『다이어터』라는 만화를 추천합니다. 웹툰으로 시작해 단행본까지 베스트 셀러가된 인기 만화입니다. 여기엔 어릴 때부터 한번도 날씬해본 적이 없는 직장인 '수지'(미스에이의 수지와는 딴 판인)가 나옵니다. 수지는 "닭가슴살은 기름기가 없으니 많이 먹어도 괜찮아" "내일 운동할거니까 오늘은 먹어도 괜찮아"같은 말을 습관처럼 하는데, 저의 모습을 보는 것같아 더 동질감이 느껴지죠. 음식을 먹었을 때 몸 속에서 일어나는 대사 현상과 운동 효과를 재미있게 구성해 어떤 음식을 먹고 먹지 말아야할지를 알기 쉽게 전달합니다.

전 이 만화의 단행본을 사서 책장에 놔뒀다가 살이 많이 쪘다고 느낄 때마다 한 번씩 꺼내봅니다. 그러면 다이어트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거든요. 살이 많이 쪄서 불편하시다고요. 그럼 오늘부터 같이 시작하실까요!

강남통신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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