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불어 수업시간에 20년 후 나의 모습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꿈인 여군이 된 뒤 결혼까지 해 보글보글 된장찌개라도 끓이며, 남편과 사랑하는 아이들 세 명이랑 함께 맞을 아침을 상상해 발표를 했고 큰 박수도 받았다. 그런데 그 친구가 갑자기 "너는 왜 결혼이란 걸 하려고 그러는데"라면서 엉뚱하게 따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저 "그러면 너는 시집도 안 가고 평생 혼자 살 거냐"라고 받았다. 그랬더니 그 친구 자신있게 하는 말. "나는 결혼 따윈 절대로 안 할 거야."
나는 그 자리에서 학생수첩을 한 장 뜯어 "김 아무개가 쉰 살이 되도록 시집을 가지 않고 혼자 살면, 내가 고급 승용차 한 대를 선물한다. 대신 김 아무개가 쉰 살 전에 시집을 가면 반대로 나에게 고급 승용차 한 대를 선물해야 한다"라고 '계약서'를 만든 뒤 도장을 팍팍 찍었다.
결혼철이라서인지, 아니면 차가 궁해서(?)인지 요즘 부쩍 그 친구 생각이 자주 난다. 나는 벌써 6년 전 결혼해 멋진 남편과 두 아들을 데리고 잘 살고 있는데 그 친구는 어떨까. 과연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있을까. 벌써 그 약속을 한 지 15년이 흘러, 나이도 서른 셋인데….
야! 김경옥, 너 시집갔지? 자수해라. 내가 사실은 애들 태우고 다닐 차가 한 대 필요하긴 한데. 그렇다고 내가 설마 너한테 큰 차 사달라고 그러겠니. 애들 장난감 자동차 한 대면 충분하니까 양심적으로 자수해라. 남들이 그러는데, 너같이 남자 싫다는 애들이 시집은 더 빨리 간다더라. 그렇지?
김갑련(33.주부.전주시 덕진구 반월동)
*** 11월 25일자 소재는 '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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