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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있는이야기마을] 자수해라 경옥아, 너 결혼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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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어느 날 불어 수업시간에 20년 후 나의 모습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꿈인 여군이 된 뒤 결혼까지 해 보글보글 된장찌개라도 끓이며, 남편과 사랑하는 아이들 세 명이랑 함께 맞을 아침을 상상해 발표를 했고 큰 박수도 받았다. 그런데 그 친구가 갑자기 "너는 왜 결혼이란 걸 하려고 그러는데"라면서 엉뚱하게 따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저 "그러면 너는 시집도 안 가고 평생 혼자 살 거냐"라고 받았다. 그랬더니 그 친구 자신있게 하는 말. "나는 결혼 따윈 절대로 안 할 거야."

나는 그 자리에서 학생수첩을 한 장 뜯어 "김 아무개가 쉰 살이 되도록 시집을 가지 않고 혼자 살면, 내가 고급 승용차 한 대를 선물한다. 대신 김 아무개가 쉰 살 전에 시집을 가면 반대로 나에게 고급 승용차 한 대를 선물해야 한다"라고 '계약서'를 만든 뒤 도장을 팍팍 찍었다.

결혼철이라서인지, 아니면 차가 궁해서(?)인지 요즘 부쩍 그 친구 생각이 자주 난다. 나는 벌써 6년 전 결혼해 멋진 남편과 두 아들을 데리고 잘 살고 있는데 그 친구는 어떨까. 과연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있을까. 벌써 그 약속을 한 지 15년이 흘러, 나이도 서른 셋인데….

야! 김경옥, 너 시집갔지? 자수해라. 내가 사실은 애들 태우고 다닐 차가 한 대 필요하긴 한데. 그렇다고 내가 설마 너한테 큰 차 사달라고 그러겠니. 애들 장난감 자동차 한 대면 충분하니까 양심적으로 자수해라. 남들이 그러는데, 너같이 남자 싫다는 애들이 시집은 더 빨리 간다더라. 그렇지?

김갑련(33.주부.전주시 덕진구 반월동)

*** 11월 25일자 소재는 '김장'입니다.

분량은 1400자 내외. 성명과 직업.나이.주소.전화번호를 적어 11월 22일까지로 보내주십시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리며, 매달 장원도 뽑아 LG 싸이언 휴대전화기를 드립니다. 지난주 이야기 마을 마감일이 제작상의 실수로 잘못 나간 점 사과드립니다. 이야기 마을 원고 마감일은 언제나 발행일 전 화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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