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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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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사람들은 그를「노수」라고 부른다. 85세라는 노령보다는 일본사회에서 스승으로 군림해온 그의 역학에 대한 전칭이다.
「야스오까·마사히로」(안강정독). 동경대 정치과졸. 재학중 동양철학 심취. 20대 전반부터 양명학자로 일본의 문화계, 정·재·관·군계인사들을 상대로 강의.
양명학은 유학을 보다 새롭게 이해하려는 학문으로 심학, 왕학, 요강학(요강학)이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우주 만상의 물리는 우리마음(오심)에 있다』는 심지. 따라서 모든 현상은 주관적 인식을 기다려서 비로소 그 존재를 인정할수 있다고 주장한다.
「치량지」나「지행합」은 양명학의 중요한 가르침이다. 양지, 곧 양심과 같은 정심을 이룬다(치)는 뜻으로 치량지. 『무릇 알고행하지 못함은 오직 알지 못한 때문이다』 지(아는 것)는 행(행동)의 목적이고, 행은 지의 수단이다. 바로 지행합일의 논리.
아뭏든 그런 실천철학이 하나의 에트스가 되어 일본에선 명치유신과 같은 역사적 전환의 정신적 기반으로 삼았다.
중국의『삼국지』를 보면 막빈(막빈)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평소엔 손님(빈)처럼 모셔두지만 무슨 천하대사가 있을 때면 주인은 그를 불러들여 고담준론을 나눈다. 이를테면 「노수」가 하는 일이다.
「야스오까」는 전후 일본을 잿더미 속에서 일으킨 「요시다」(길전무)수상때부터 관저에 「막빈」처럼 드나들었다. 그를「노사」라고 부른 것도 20년이나 연상인「요시다」였다.
「다나까」(전중각영)수상의 퇴임연설 가운데 이런 명구가 들어있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어느날 밤 패연(패연)히 대지를 때리는 빗소리에 마음의 귀를 기울이며 생각했다.』 원래는 맹자의 문장. 후문은「야스오까」가 그것을 「다나까」의 퇴임사 속에 집어 넣었다고 한다.
호주가로 두주를 사양치 않는 것은 그의 기질을 짐작케 한다. 역대 수상들은 은밀한 시간을 만들어 그와 대좌하며 정사의 정도를 모색했다. 「나까소네」수상도 금년1월 미국을 방문하기 앞서 그와 주석을 함께하며「가르침」을 받았다.
일설엔 일본 패전 무렵 천황의 항복 방송문안을 꾸민 사람도 바로 「야스오까」라는 말도 있다.
지난 80년엔 「혹성일예」설과 함께 지구의 대파멸을 예언해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KAL기격추, 아웅산 폭발사건, 오늘의 중동 테러사건등을 생각하면 때는 「천하대란」의 시대같기도하다. 「야스오까」의 예언은 엇비슷이 맞는 것일까.
그의 저서는 『양명학10강』 『삼국지와 인간학』 등 50여권. 취미는 「가르치는 일」. 『엘리트는 시대의 바른 요구에 따르는 인격과 식견·수완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평소 신념.
엊그제 그의 계음을 들으며, 정작 우리 사회엔 그런 노사가 얼마나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아니, 그런 노사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는 인물이 몇이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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