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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압박작전' 빛났다… 최진철 - 이동국 릴레이골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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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의 친선경기에서 전반 4분 만에 최진철(오른쪽)이 이을용의 프리킥을 받아 헤딩슛, 선취골을 넣고 있다. [뉴시스]

뛰고 또 뛰는 태극 전사들의 투혼에 초겨울 밤 추위는 녹아 버렸고, 상대는 얼어붙어 버렸다. 독일월드컵 유럽예선 7조에서 스페인을 플레이오프로 밀어내고 1위로 본선에 오른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도 한국의 무서운 상승세를 감당하지 못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의 친선 경기에서 최진철과 이동국의 골로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3무3패로 밀렸던 역대 전적에서 첫 승리를 기록했고, 아드보카트 감독 취임 후 2승1무로 무패 가도를 질주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술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아드보카트는 미드필드 싸움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봤다. 그래서 수비 성향이 강한 이을용과 김정우를 중앙 미드필더로 내세웠다. 박지성을 왼쪽 공격수로 냈지만 이날 박지성의 움직임은 주로 중앙 미드필드에서 이뤄졌다.

오른쪽 윙포워드 차두리는 박지성이 비운 왼쪽을 메우거나 수비에 깊숙이 가담했다. 포메이션은 3-4-3이었지만 사실상 이동국을 원톱으로 놓은 3-6-1에 가까운 형태였다.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확보했고, 상대가 공을 잡을 때마다 두세 명이 에워싸는 강력한 압박을 구사했다.

중앙의 공격 루트가 막히자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당황했다. 투톱인 케즈만과 밀로셰비치는 전반에 공을 몇 번 잡아보지 못했다.

전반 4분 첫 골이 터졌다. 페널티박스 외곽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이을용이 감아 올렸고, 최진철이 높이 솟구치며 헤딩슛을 했다. 볼은 골키퍼가 꼼짝도 못하는 방향으로 날아가 오른쪽 네트에 꽂혔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후반에 케즈만과 밀로셰비치를 빼는 등 4명을 바꾸며 공세로 나섰다. 그러나 후반 5분 결정적인 위기를 넘긴 한국은 후반 21분 50여m를 치고들어간 이동국이 아크 앞쪽에서 벼락같은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월드컵 예선 10게임에서 1실점의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했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한국에 두 골이나 내주고 무너졌다.

정영재.이충형 기자

양팀 감독의 말

◆ 딕 아드보카트 한국 감독

상당히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후반전이 특히 그랬다. 수비가 잘돼 상대에게 찬스를 별로 주지 않고 대신 우리가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경기를 통제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또다시 얻을 수 있었다. 모든 선수가 많이 뛰었고 공수 전환이 빨라 상대가 힘들었을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경기 중간에 네 명의 교체 멤버를 투입시켰지만 경기력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지성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 상대에 따라 얼마든지 위치 이동이 가능하다. 한국팀을 맡은 이후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과 팀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숙지시키는 것이었는데 현재까지의 결과에 만족한다.

◆ 일리야 페트코비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감독

전반 수비에 치중한 작전을 폈는데 한 골을 허용해 후반 공격적으로 나갔으나 또 한 골을 허용했다. 우리 선수들이 실수를 많이 했고 월드컵 예선에서 뛴 수비수 일부가 빠진 것도 영향이 있었다. 한국은 공수에 걸쳐 빠르고 항상 깨어 있는 좋은 팀이다. 우리 팀과 월드컵 본선에서 다시 맞붙는다면 오늘과는 전혀 다른 경기를 보게 될 것이다.

선제골 최진철 경기 MVP에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지성과 케즈만이 평가전이 시작되기 전 그라운드에서 만나 반갑게 포옹했다. 이 만남은 박지성이 평가전 시작 1시간30분 전 선수들과 그라운드에 나왔다가 출입구에 서 있던 케즈만과 조우하게 돼 이루어졌다. 웃는 얼굴로 케즈만에게 먼저 다가선 박지성은 등과 머리를 두드리며 5분여 동안 대화를 나눴고, 서로 엄지손가락을 쳐들면서 짧은 만남을 끝냈다.

○…선제골 주인공 최진철은 경기 MVP에 선정돼 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섭씨 4도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4만127명의 관중이 상암구장을 찾았다. 5만9000여 명이 입장했던 12일 스웨덴전보다 3분의 1 가까이 줄어든 숫자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김원기 국회의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토미슬라브 카라디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축구협회장 등이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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