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월의 웰빙 수산물 해삼은 ‘해남자’

중앙일보

입력

“4월에 잡은 미는 사돈집에 갖고 간다”는 제주도 속담이 있다. 미는 해삼의 제주말인데, 음력 4월이 되면 깊은 바다 속에 숨어버려 잡기 힘든 터라 사돈댁에나 들고 갈 만한 귀한 물건이란 의미다. 여름에 구하기 힘든 것은 해삼이 여름잠(夏眠)을 자기 때문이다. 대개 해삼은 수온 25도가 넘으면 알을 낳은 뒤 ‘잠수’를 탄다. 해삼의 제철이 겨울에서 초봄까지인건 해삼이 이처럼 주로 추울 때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해삼이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3월의 웰빙 수산물로 선정됐다. 인체를 보익(補益)하는 효과가 인삼에 버금가는 바다의 삼(蔘)이라 하여 해삼(海蔘)이다. 바다 삼인 해삼과 육지 삼인 인삼은 찰떡궁합이다. 두 삼을 함께 넣어 만든 음식이 양삼탕(兩蔘湯)이다. 과거엔 해삼을 해남자(海男子), 즉 ‘바다 사나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성에게도 이롭다. 조선시대 사주당 이씨가 지은 ‘태교신기’에선 ‘자식이 단정하기를 바라면 잉어, 총명하기를 바라면 해삼, 해산(解産)하면 새우와 미역을 먹을 것’을 권했다.

영양적으로 보면 저열량ㆍ고칼슘 식품이다. 칼로리가 낮아(100g당 생것 25㎉, 마른 것 348㎉, 내장젓 45㎉)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만하다. 뼈 건강을 돕는 칼슘 함량은 100g당 119㎎(마른 것 1384㎎)으로 같은 무게의 우유 정도다. 빈혈 예방을 돕는 철분은 53㎎(마른 것)이나 들어 있다. 하지만 고혈압ㆍ골다공증ㆍ위암 등의 발생위험을 높이는 나트륨이 많이 들었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해삼의 대표 웰빙 성분은 ‘대장 클리너(cleaner)’로 통하는 알긴산이다. 알긴산은 식이섬유의 일종으로, 미역ㆍ다시마의 미끈거리는 성분이다. 관절 건강에 이롭고 술독을 덜어주는 콘드로이틴도 함유돼 있다. 면역력을 높이는 뮤코다당과 피부 건강에 이로운 콜라겐도 풍부한데 이들이 해삼 특유의 오돌오돌한 식감의 비밀이다.

해삼은 껍질(皮)에 가시(棘) 같은 것이 돋은 극피(棘皮)동물의 일종이다. 몸통 둘레는 6∼8㎝, 길이는 20∼30㎝로 길쭉해서 영문명이 바다 오이(sea cucumber)이다. 낮엔 바위틈에 숨어 있다가 밤에 돌아다니는 습성이 쥐와 닮았다고 하여 해서(海鼠, 바다의 쥐)라고도 불린다.

색깔에 따라 홍(紅)해삼ㆍ흑(黑)해삼ㆍ청(靑)해삼으로 분류된다. 표면 색은 좋아하는 먹이와 서식처 등에 따라 결정된다. 홍조류를 주로 먹는 해삼은 붉은 색(홍해삼)을 띈다. 암녹색이거나 검은색이 감돌면 뻘해삼(청해삼ㆍ흑해삼)이라 한다. 대개 제주와 울릉도ㆍ독도 주변에선 홍삼, 한반도 주변 바다에선 뻘해삼이 잡힌다. 이중 홍해삼이 가장 맛이 뛰어나 ‘해삼의 제왕’으로 통한다. 값도 가장 비싸다. 최근 제주에선 중국 관광객에게 가짜 홍해삼약을 만들어 팔아온 업자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가시가 고르게 많이 돋아 있으며 울퉁불퉁한 것이 양질이다. 또 썰었을 때 딱딱한 게 신선하다. 늘어지거나 물이 생기거나 냄새가 나면 상한 것이기 십상이다. 표면이 밋밋한 것은 품질이 떨어지는 ‘멍텅구리’ 해삼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