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의 조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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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산치하에도 풍자와 해학이 있다는 것엔 언뜻 실감이 가질 않는다. 그러나 히라이요시오(평정길부) 라는 일본인이 소련·동구국가들을 출입하면서 10여년간 수집한 것을 모아 최근 한권의 책으로 냈다. 『스탈린·조크』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밀폐된 사회의 내막과 실상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아 흥미를 돋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스탈린」체제하의 살벌한 불신풍조와 인권탄압이다.
한 감방에 죄수 3명이 수용됐다. 한명은 공장출근이 5분 늦어 태업죄로, 또 한명은 5분 빨리갔다가 간첩죄로, 마지막 사람은 정시에 갔다가 반당행위를 위장하려는 것이라 하여 각각 체포·수감됐다.
이런 대목도 있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무엇인가.「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다. 그러면공산주의의 무엇인가. 그 반대, 즉「인간에 착취다.」< p>

<요즘 왜 식량배급이 안나오는가. 식량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배급표를 만들 종이가 떨어져서 그런다.><모스크바의 자유시장은 농민이 노동자로부터 식량을 사기 위해 만든 곳이다.>「마르크스」는 독일이 양분될 것을 이미 예상하여 각기 유산을 장만해 놓았다고 한다. 서독에는<자본(논)>을 주어 잘살게 했고 동독에는<공산당선언>과<철학의 빈곤>을 주어 가난한 공산국가가 되게 했다는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마르크스」사작들 이름이다.
「흐루시초프」는 소련을 방문한 모택동에게 평화공존의 가능성을 실명키 위해 그를 모스크바동물원으로 안내했다. 거기엔 이리와 양이 한 우리에서 살고있었다.
『모동지, 저들처럼 각기 체제를 달리하는 사람들도 서로 싸우지 않고 살수 있겠지요』
모택동은 그 상극동물들이 어떻게 한 우리에서 공존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야 조직하기 나름이죠. 양을 매일 한마리씩 넣어 줍니다. 이리는 하루 양 한마리면 포
식이니까요』
그후 체코가 짓밟히고 앙골라·이디오피아 ·아프가니스탄등이 차례로 데탕트의 속죄양이됐다.
다음은 모택동의 역습이었다. 중소가 각기 2억명씩을 희생시킬 각오만 돼있으면 서방제국주의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소련인구는 2억. 중공은 7억이었던 것이다.
체코의 고민은 소련의 점령통치였다. 어떻게 하면 소련군을 물러가게 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중공에 선전포고하는 것이다.
중공군이 체코국경에 도착하면 소련군은 철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폴란드에서는 매월 27일이 봉급날이다. 그것을 한 달분 급료라야 3∼4일분의 생활비 밖에 안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다음은 폴란드 경찰관채용방식. 2×2는 얼마냐고 세번 물었다.
처음엔 4, 다음번엔 5, 세번째는 6이라고 대답한 응시자는『우둔하지만 발전적』이라는 이유로 합격판정이 내려졌다.
계속 5라고 대담한 수험생은 『우둔하지만 의지력이 있다』하여 합격 됐다.
그러나 4라고 정답한 사람은 인텔리이기 때문에 경찰관으로 적절치 못하지만 앞으로 과학자가 필요할 때에 대비하여「재심요」판정을 받았다.
이래서 지식수준이 낮았던 폴란드 경찰은 68년 학생데모 때 2주간 대학캠퍼스를 점령하는 동안 수준이 높아졌다.
이런 풍자는 정부실적 홍보에 편중된 언론에도 가해졌다.

<요즘 어떻게 살고 있는가. 잘살고 있다. 신문을 보는가. 물론이다. 나는 내가 잘 산다는것을 보고 알았다.>
물론 이것들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통제와 탄압이 심하고 언론이 봉쇄된 폐쇄사회에서는 그 같은 조크가 언론 못지 않은 신뢰성과 전파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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