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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 가전품 6년 지났더니 햅쌀로 지어도 밥맛이 시원찮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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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맨 위부터 쿠쿠홈시스 발아현미 전기압력 밥솥, 웅진쿠첸 황동 내솥, 부방테크론 찰가마 IH 압력밥솥.

오랜 만에 가족과 대형 할인점을 찾은 주부 이지영(35)씨는 전기밥솥 코너에 눈이 먼저 갔다. 6년 전 결혼할 때 사온 전기밥솥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신제품들을 둘러보니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지만 '내솥'이니 'IH'니 뜻 모를 용어가 많았다. 어지간한 제품은 30만원이 훌쩍 넘어 이씨는 선뜻 지갑에 손이 가지 않았다. 이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 전기밥솥 업계에선 교체 주기를 5.5년으로 본다. 1990년대 말 전기밥솥이 많이 팔렸다.

웅진쿠첸㈜의 박선정 마케팅팀장은 "올 하반기부터 전기밥솥을 바꾸려는 소비자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체 수요를 노린 전기밥솥 업체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키워드는 '고급화'다.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가격도 올랐다. 기존 전기밥솥들이 20만원 전후였던 것에 비해 요즘 전기밥솥들은 30만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

◆ 최첨단 내솥 등장=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내솥이 얼마나 열을 전달하느냐다. 쌀에 적절한 열을 골고루 가할 수 있느냐에 따라 밥맛이 좌우된다. 예전 전기밥솥의 밥맛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내솥 아래만 가열되기 때문이다.

2000년 IH(Induction Heating.전자유도가열) 방식이 등장했다. 코일에 전기를 흘려 일어난 자력선으로 열을 내는 방식이다. 높은 화력으로 골고루 가열해 밥맛이 좋아졌다. 지난해 전기압력 밥솥에도 IH 방식이 사용됐다. 그러나 10인분 이상 밥을 지을 때 밥맛이 안 좋다는 약점이 발견됐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내솥에는 일부분에만 열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이나 동과 같은 열전도가 높은 물질로 만든 내솥 제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웅진쿠첸이 먼저 제품을 출시했다. 웅진쿠첸의 '황동 IH 압력밥솥'은 순도 99.9%의 동을 얇은 두께로 내솥에 도금했다. 동은 은 다음으로 열전도율이 좋은 물질이다. 스테인리스보다 12.2배, 금보다 1.3배 높다. 녹슬기 쉬운 동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특수 코팅을 했다.

그러자 쿠쿠홈시스㈜가 '황금동 내솥 IH 전기압력 밥솥'을 내놓았다. 이 밥솥은 내솥 겉면에 동을 도금한 뒤 다시 금을 입혔다. 동의 열전도율과 금의 열반사율을 함께 살리려는 조합이다. 웅진쿠첸도 금도금 내솥의 '금내솥 IH 압력밥솥'을 출시했다. 쿠쿠홈시스는 '돌내솥 IH 전기압력 밥솥'을 다음달 선보인다. 자연산 곱돌을 깎아 내솥을 만들었다. 손쉽게 돌솥밥을 즐길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부방테크론도 조만간 내솥 기술을 강화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마트 양동철 과장은 "내솥 제품이 시장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판매량이 매달 20~30%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만능 요리기 밥솥=전기밥솥의 원래 기능인 밥짓기와 보관 이외 다양한 기능이 덧붙여지고 있다. 웰빙 트렌드를 반영해 현미.잡곡 등 혼식 밥짓기가 가능해졌다. 또 다양한 요리 기능이 함께 개발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현미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다.

양동철 과장은 "판매된 전기압력 밥솥 네 개 중 한 개가 현미 기능 제품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제조사마다 '발아현미'(쿠쿠홈시스), '활성현미'(웅진쿠첸), '가바현미'(부방테크론) 등 명칭은 다르지만, 모두 발아현미로 밥을 지은 것과 똑같은 효과를 본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아현미 등의 용어는 아직까지 검증이 안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현미보다는 맛과 영양에서 뛰어나다는 소비자 평가를 듣는다"고 말했다.

전기밥솥은 만능 요리기 역할도 한다. 부방테크론의 '찰가마 IH 압력밥솥'은 백미.잡곡.검은콩 등 재료의 특성에 맞춰 밥을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다. 또 만능탕.만능찜 등 요리 기능을 더했다. ㈜노비타의 'IH 전기압력밥솥'은 가마솥 기능을 추가해 구수한 밥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 제품은 갈비찜.삼계탕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대웅㈜의 '모닝컴 전기압력밥솥'은 아예 갈비찜.삼계탕 메뉴를 따로 뒀다. 고구마 찌기와 죽 만들기 기능도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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