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치욕에서 배워야 할 것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18일은 을사조약(이하 을사늑약)이 체결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1905년 11월18일. 한국인이라면 잊어선 곤란한 치욕의 날이다. 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자는 차원에서 EBS가 특별 다큐멘터리를 준비했다. 18일 밤 11시5분 방송되는 '을사늑약 100년의 진실'(사진)이다. 늑약은 강제로 체결된 조약이라는 뜻이다.

다큐멘터리의 접근 방식은 독특하다. 3년 전 한국에 귀화한 일본인 호사카 유지 교수(세종대 일어일문학과)가 을사늑약에 대한 소논문을 작성해 가는 형식이다. 카메라는 그 과정을 따라간다.

크게는 고종황제의 독살, 을사늑약의 부당성, 을사늑약의 무효론 및 유효론, 미국의 역할 등에 대해 조명한다. '당시 세계를 지배한 제국주의의 망령은 끝났는가'라는 묵직한 물음도 던진다. 현 상황에 대한 철학적 반추다.

사실상 3.1운동이라는 거대한 민족의 저항을 낳았던 고종황제의 죽음. 호사카 유지 교수는 각종 비공식적인 기록들을 통해 그것이 일본에 의한 독살이었음을 확신한다. 왜 고종을 제거해야 했을까.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계속된 고종황제의 저항 때문"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호사카 교수는 을사늑약의 원본 속에 고종황제의 직인이 없음도 직접 확인한다. 국가 간 조약으로선 불충분한 조약문이었음을 재차 분명히 한 셈이다.

분명한 불법성을 가지고 진행된 을사늑약. 그렇다면 조약은 무효일까 유효일까. 한국의 역사학자 이태진 서울대 교수와 일본의 법학자 사사가와 노리가스 교수가 무효론을, 일본의 국제법 학자 사카모토 시게키 교수가 유효론을 펼친다. 또 호사카 교수의 연구는 당시 대한제국과 외교관계를 맺었던 열강들의 움직임으로도 이어진다.

이 프로그램은 "한 나라의 몰락 과정에 숨은 비정한 약육강식의 외교전쟁. 을사늑약은 그 결정판이었다"고 주장한다.

이어 호사카 교수는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는 한일 갈등의 현장, 독도로 향한다. 왜 독도인가. 그 상징성 때문이다. 일본의 팽창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역사는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