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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를 향해 쏴라 '사격의 신' 진종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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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진종오(36·kt)는 전세계에서 권총을 가장 잘 쏘는 사나이다. 그래서 ‘사격의 신’ 으로 불린다. 그는 지난달 국제사격연맹(ISSF) 선정 ‘2014 올해의 선수상’ 을 받았다.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가 지난달 받은 국제축구연맹-발롱도르에 버금가는 상이다. 각국 대표팀 감독·주장·기자단의 투표로 발롱도르상 수상자를 뽑는 것처럼 ISSF 올해의 선수상도 각국 코치·취재진과 선수위원회의 투표로 선정된다.

 진종오는 지난해 9월 스페인 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50m 권총에서 583점을 쏴 34년 묵은 세계기록(581점)을 갈아치웠다. 이에 앞서2009년 4월 창원월드컵 10m 공기권총에서도 진종오는 세계신기록(594점)을 세웠다. 현재 두 종목 모두 세계랭킹 1위다. 진종오는 랄프 슈만(53·독일)과 함께 올림픽 사격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3개)을 따낸 선수이기도 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50m 권총, 2012년 런던올림픽 10m공기권총과 50m 권총을 제패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50m 권총 결선에서는 7번째 발에 6.9점을 쏴 은메달을 땄다.

 진종오는 겨울철에도 총을 내려놓지 않는다. 지난 25일 화성에 위치한 경기도 종합사격장에서 변함없이 총구 끝을 과녁에 정조준하고 있었다. 그는 “호날두도 셀 수 없이 많은 드리블 연습을 하지 않았을까. 나도 신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기에 연습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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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마의 벽’이라 불린 50m 권총 세계기록을 깼는데.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멜레니에프(당시 소련)가 쏜 581점을 갈아치웠다. ISSF 각 부문별 세계기록 중 가장 오래된 기록이었다. 멜레니에프가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최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어 안타깝다.”

 -지난달엔 유럽에 다녀왔는데.

 “50m 권총 세계기록을 세울 때 스위스 모리니(Morini) 사의 총을 썼다. 사격 최강자의 총은 세계적으로 유행을 탄다.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 모리니가 스위스 루가노로 나를 초청했다. 내 몸에 맞춰 스페셜 에디션 총을 만들어줬다. 오스트리아 총기회사 스테이어(Steyr)는 10m 공기권총을 선물해줬다. 모두 세상에 하나뿐인 총이다.”

 -동료 들이 ‘사격의 신’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난 평범한 사람이다. 지난해 50m 권총 세계신기록을 세울 때 많은 생각을 했다. 무아지경에서 쏠 수 있다면 소림사에 들어가야지 않을까(웃음). 대학 시절 축구를 하다가 오른쪽 어깨를 다쳐 커다란 금속 핀을 박았다. 그래서 장시간 연습이 불가능하다. 하루에 몇 발 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발을 잘 쏘기 위해 집중했다. 지금도 ‘사격은 60발이 아니라 한발 한발로 승부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프로야구 김성근(73) 한화 감독의 좌우명 ‘일구이무(一球二無·한 번 떠난 공은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는 뜻)’와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10m 공기권총에서 고교생 김청용(18)에게 금메달을 내줬는데.

 “당시 감기몸살이 심했다. 은퇴하지 말라는 신의 계시라고 생각했다. 청용이에게 ‘새 영웅이 탄생했다’고 말해줬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사격일지, 루틴, 총 쏘기 전 중얼거리는 독백 등의 노하우는 지도자가 되면 공개할 생각이다(웃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대회를 치르고 나면 폭삭 늙는 느낌이다. 강이 많은 강원도 춘천 출신이라 10세 때부터 낚시를 즐긴다. 낚시는 사격처럼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총 싸움 영화도 자주 본다. 사실 경찰체육단 시절 꿈이 저격수였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린다.

 “국내 선발전을 통과해 4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다. ( 국내에서 올림픽에서 3회 연속 메달을 따낸 선수는 진종오와 레슬링의 박장순 , 태권도의 황경선 뿐이다.) 4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따내는 건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이다. 리우 올림픽 이후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도 꿈꾸고 있다.”

 한국은 내년에 IOC 선수위원 임기가 끝나는 문대성(39)을 대신해 1명의 후보를 낼 수 있다. 진종오는 역도 장미란(32) 등과 함께 후보로 꼽히고 있다.

화성=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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