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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문 금융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사건·사고로 얼룩졌던 한해가 저문다 때로는우리의 가슴을 섬뜩하게 했고 때로는 많은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심금을 울렸던 사건들 사건기자들도 유난히 바쁘게 뛴 1년이었다 과거라는 이름에 묻혀 현장은 말이 없어도 그곳에 남아있는 흔적들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뒷얘기를 남겨놓게 마련이다. 사건·사고의 현장을 추적을 기록한다.
설악산 지리산 양평·백암온천등 명성공사장엔 망치 소리가 멈췄다.
비밀의 베일에 싸여 무섭게 성장하던 레저업계의 신기루 명성회장 김철호씨 (45) 가 탈세와 업무상 횡령혐의로 지난8월 17일 경찰에 구속된지 4개월. 불도저의 굉음과 인부들의 왁자지껄하던 열기가 덮였던 전국의 래저타운 공사장은 휴전을 맞은 격전장처럼 괴괴하고 을씨년스럽게 변해버렸다.
명성· 영동개발진경, 대인의 광명등 금융부정이 많았던 83년.
79년 하루 2백만원을 결재 못해 쩔쩔매던 중소기업체 사장 김철호씨가 불과 3년여 사이에 21개 기업을 거느린 그룹총수로 둔갑했고 그 신비의 돈줄이 한 은행대리로 밝혀졌을때 국민들은 이를 은행원들의 「집단범죄」 로 개탄했다. 그래서 급기야 등장한것이 대형금융사건 관련자는 사형까지 시킬수있는 「특정경제범죄 가증처벌법」
사건이 터지자 회사를 그만둔 사람도 있으나 2천여 종업원들은 지금도 정상출근하고 있고 매윌 5억원씩의 임금이 꼬박꼬박 지급되고 있다는게 법정관리인 박정희씨 (전삼성중공업전무) 의 설명이다.
김회장의 부인 신명진씨(40·명성관광대표) 는 매일 상오7시30분이면 간호동 중흥교회에 나가 남편과 회사를위해 기도를 올리고 상오9시면 어김없이 서울구치소로 남편 면회를 간다고 했다.
건강을위해 사식을 권하지만 김 회장은 『건강은 마음 자세에 달린것』 이라며 계속 구치소내 관식을 먹고있다고 전한다.
신씨는 한때 그룹부회장까지 맡았던만큼 이따금 회사에 둘러 직원들을 격려하고 그자신 재판에 계류중이어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다음공판 준비를 하는게 일과.
국교 6년생인 장남등 4자녀와 신씨가 살고있는 대지1백여평의 서울 동숭동집은 연료비를 줄이기 위해 기름보일러를 가동치 않고 연탄을 때고 신씨의 친정어머니(62)가 집안일을 돌보고있다.
철근골조만 앙상하게 세워져 있는 양평군 신갈3리 레저타운공사장엔 시공업체인 효성건설의 현장소장 강철호씨 (37) 등 16명이 자재관리를 위해 남아있다·
강씨는 「그동안 콘도분양입회원들이 찾아와 샹들리에 (싯가40만원) 커튼등을 Ep어가기도했다며 『하루 빨리 공사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고 했다.
신고3리 90호 5백여 주민들은 공사가 한창일땐 농사일 사이사이 하루 6전5백원씩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고 택시운전사들도 평소 2배의 수입을 올렸었다며 공사중단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정금범씨 (53) 는 작년 겨울부터 백반 한상에 8백원씩 인부 30명분의 점심을 팔아 그동안 1백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인부들 요청으로 4km떨어진 공사장으로 직접 점심을 나르느라 봉고차 l대를 샀는데 이젠 망했다』 며 울상.
김동겸 전상은 혜화동지점 대리로부터 수기통강읕 받았던 예금자 40여명은 현재 상은을 상대로 서울민사지법에 「정기예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중.
한재판부가 4∼5건씩 맡아있는 이 소송은 건당 5천만원 짜리와 1억원짜리가 가장 많고 단일 청구액으로는 김모씨(사채업자) 의 10억원이 최고액 .청구액수는 모두 40여억원에 이르고 있다.
명성사건에 관련되어 구속·파면·감봉등 징계를 받은 지방행정공무원은 모두 21명.
영동개발진흥사건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쪽은 조흥은행. 지난해 이·장사건때 임재수은행장에 이어 또다시 이헌승 은행장이 독직으로 구속됐고, 지점장3명· 차장4명· 대리10명·행원1명등 은행원 19명이 관련, 최대의 금융부정사고라는 오점을 남겼다.
뿐만아니라 부정지급보증을 해줬던 영동측과 신한주철의 어음들이 계속 교환들어와 실질적인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11월말로 교환 들어온 어음총액은 1천7백여억원. 거의 전액이다. 그러나 확보한 두회사의 담보가액은 6백억원정도로 당장 1천l백32억원이 문제다.
액수는 적어도 조흥은행만큼의 타격을 입고 있는 쪽은 중소 하청업자들. 사고당시 전국곳곳에 산재해 있던 「영동」공사중 서울가락동의 반도2차아파트가 삼익주택에 넘어가 계속공사롤 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곤 주공아파트 도급공사등 대부분의 도급공사는 그 상태에서 중단됐다.
이들 공사장의 제도급 하청업자와 자재업자에게 「영동」측이 물품대로 주었던 진성어음이 공중에 뜨게 된 것이다. 이러한 미결진성어음만 줄잡아 40억원.
진성어음 소지자들은 주거래은행 조흥은행을 상대로 지급해줄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은행측의시 지급의무가 없다며 발뺌,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영동」그룹은 사고 즉시 조흥은행에서 은행관리에 들어가서 서일건설의 해외공사와 서울역삼동반도유드호스텔 온양제일호텔은 사업을 계속하고있다.
사고당시 공정 30%에 머물러 있던 가락동의 반도2차아파트9백36가구도 시공보증을 섰던 삼익주택에서 인수, 분양자들로부터 중도금과 잔금을 받아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사고당시 분양자들은 계약금 이하로 전매하는 소동도 빚었으나 삼익이 맡아 정상공사를 하면서 다시 시세대로 회복, 1∼2천만원씩의 프리미엄이 늘었다.
그러나 그룹본부가 있던 서울 서초동 120 영동개발 진흥은 문이 굳게 닫힌채 은행측이 매도를 서두르고 있다. 이복례회장 (64) 의 몸을 실어 나르던 벤츠승용차는 주인을 서대문 구치소에 모셔둔채 은행측에 담보로 잡혀 새주인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시성호|만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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