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진드기 감염병 의료진 2차 감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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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진드기에 물려 감염병에 걸린 환자를 진료하던 의사와 간호사가 2차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가 환자에게서 의료진으로 옮아간 국내 첫 사례다.

2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경기도의 68세 여성이 텃밭에서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SFTS에 감염됐다가 동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악화돼 서울의 S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왔다. 응급 조치를 받다가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고 다음날 새벽에 심폐소생술(CPR)을 받다가 끝내 숨졌다. 이 과정에서 응급실 전공의 2명과 간호사 2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의사 1명이 발열·혈소판감소 등의 증세를 보이자 입원치료를 받았고 혈청검사에서 SFTS 감염이 확인됐다. 병원 측은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 27명을 모두 검사했고 4명이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일주일 치료 받고 완쾌됐고 3명은 가벼운 감기 증세를 앓고 지나갔다.

감염된 4명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의료진이다. 질병관리본부 이원자 과장과 울산의대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팀은 이번 감염 사례를 미국 질병통제본부(CDC)에서 발간하는 ‘임상 감염병’ 최근호에 게재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30분 가량 하면서 환자와 긴밀히 접촉하는 과정에서 분비물 등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적인 진료 과정에서 환자와 접촉하거나 가족들이 환자와 접촉하더라도 쉽게 감염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이번 사례는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 간 감염으로 볼 수 없어 과도하게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내에서 50명이 SFTS에 감염돼 15명이 숨졌다. 주로 60대 이상의 고령층들이다. SFTS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가 사람에게 옮기는 감염병이다. 작은소참진드기의 1~3%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진드기 중에서 일부가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양 본부장은 “젊은 사람은 감기 증세 같은 걸 앓다가 자기도 모르게 지나간다”고 말했다. SFTS는 2012년 중국에서 처음 발견됐고 한국에서는 2013년 확인됐다. 그 해 36명이 감염돼 17명이 숨졌다. 이 병에 걸리면 6~14일 잠복기에 감기 증상과 비슷하게 열이 나거나 근육통을 앓는다. 설사·구토·식욕부진·혈뇨·혈변 증세가 나타나고 일부는 의식이 희미해지다가 여러 장기에 이상이 생기면서 숨진다. 치료약은 없고 증상에 맞는 처치만 한다. 진드기는 4~11월 활동한다.

SFTS를 예방하려면 야외활동을 할 때 풀밭에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말고 용변을 보지 않아야 한다. 또 작업을 할 때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장화를 신는 게 좋다. 야외 활동 후에는 옷을 털고 반드시 세탁하며 머리카락이나 귀 주변, 무릎 뒤 등에 진드기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신성식 선임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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