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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스파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트루먼」이「스탈린」의 초청을 받아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미국대통령의 영예를 생각해 「스탈린」은 붉은 군대의, 대 퍼레이드를 벌였다.
미소양국 지도자가 사열대에 섰다. 선두에 군악대, 그 뒤에 대군단, 그 뒤에, 전차와 포병, 그리고 하늘엔 비행기의 대 편대. 어마어마한 행진이었다.
「트루먼」은 답례로 「스탈린」을 워싱턴으로 초대했다. 역시 군사퍼레이드를 준비했다.
두 나라 지도자가 나란히 서있는 사열대 앞으로 군악대가 먼저 지나갔다.
그 뒤엔 2명의 신사가 실크 해트를 쓰고 프록 코트 차림에 아타셰 케이스(서류가방)을 들고 유유히 걸어갔다.
『아니, 군인들은 다 어디 갔습니까?』
「스탈린」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저 두 사람들이오!』「트루먼」의 대답이었다.
『한 사람의 가방엔 원자폭탄이 들어 있고, 또 한사람의 가방엔 상대국의 항목문서 초안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1949년9윌 이전 미국만이 원자폭탄을 개발했을 시절의 얘기다. 물론 누가 꾸며낸 조크다.
30여년이 지난 오늘 소련의 군사기술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3월 미국방성이 당회에 제출한 「미소 군사기술에 관한 연차보고서」는 15대1로 미국 쪽의 기술우위를 밝히고 있었다.
레이다의 눈에 잡히지 않는 「보이지 않는 폭격기」 스텔드의 개발(1990년대 실용화)을 비롯해 컴퓨터 부문은 단연 미국이 앞서는 분야다. 그밖에도 항공우주 추진력, 신소재, 잠수함탐지, 통신, 레이다 탐지장치 등도 소련을 능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련이 미국을 앞서는 분야도 적지 않았다. 포상탄두, 탄약, 화학폭약 등.
미소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주요기술은 레이다무기, 핵탄두, 항공력학, 이동식 발전분야.
이를테면 소련은 핵 파괴력에서 미국보다 훨씬 우세하다. 하지만 그것을 목표까지 운반해 명중시키는 기술은 미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향후 10년내지 20년 동안이다. 국방성은 미소의 우열이 뒤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고 있음을 우려했다.
이 말은 소련의 군사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얘기와는 좀 다르다.
미국은 최근 어느 해역에서 건진 잠수함 탐지용 소련제 수중음파탐지 부표속에서 미국제 집적회로 (IC)를 발견하고 새삼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댈라스의 텍사스장비회사에서 개발한 1급 비밀의 제품이었다.
요즘 미국이 산업스파이와 일제 소탕령을 내린 것은 그런 충격의 반응이다. 미국에는 지금 반도체기술을 탐지하려는 산업스파이만 무려 2만명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주간지 타임은 그들이 훔쳐내는 기술은 연간 2백억달러 어치에 달한다고 집계한 일도 있다.
일본 반도체기술의 35%내지 40%는 산업스파이가 미국에서 훔쳐온 것이라는 미국방성 기술분석공사(TAG)의 보고도 있다.
우리 같은 기술개발도상국은 이처럼 보이지 않는 전쟁속을 뚫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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