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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괴 무역 제재 ″|마음 안내키는 일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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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의 얄팍한 조치에 못마땅한 미국
「레이건」미국대통령의 동북아시아방문에서 미국정부가 랭군암살테러사건에 대한 일본의 대북한제재조치에 불만을 갖고 있음이 표명됨으로써 앞으로 일본의 태도가 주목을 끌고 있다. 9일 동경에서 열린 「슐츠」미국무장관과 「아베」(안배진태낭)일외상간의 외상회담에서 「슐츠」장관은 『북한과의 무역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고 신랄한 어조로 일본의 대북한자세를 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일본정부가 7일 발표한 대북한제재조치 4개항에 무역규제가 포함돼 있지 않은데 대한 미국정부의 의아심과 불만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로부터 이틀후인 12일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기내에서 「스피크스」백악관부대변인은 『일본정부가 북한에 대해 무역부문의 추가제재조치를 취할 것임을 미국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후 일본정부는 「스피크스」부대변인의 말을 전면 부정하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자세가 모호해지고있다.
18일자 마이니찌(매일)신문에 따르면 9일의「슐츠」-「아베」회담에서 「슐츠」국무장관의 힐문에 대해 「아베」외상은 △일본의 대북한무역이 민간베이스로 이루어지고 있고 △수출입은행자금 융자 등 정부계의 무역금융이 중단상태에 있으며 △일본에 북한계 교포가 살고 있으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등을 들어 『일본정부가 북한과의 무역을 규제할 수단이 없다』고 사실상 규제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전하고 있다.
미일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실제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앞으로 일본의 태도를 보아야 알겠지만 대북한무역규제가 일본으로서 마음내키지 않는 일이란 것은 일본·북한간 무역실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의 대북한 무역규모는 서방국가 중에서는 최대규모다.
82년의 경우 일본의 대북한무역규모는 수추  3억1천3백만달러, 수입 1억5천2백만달러로 모두 4억6천5백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일본의 전체 무역규모에 비교해보면 1·8%에 불과한 미미한 양이지만 증가 속도를 보면 놀라울 정도다.
일본-북한간 이른바 「일조무역촉진에 관한 합의서」가 교환된 72년 이전의 왕복무역규모는 65년이 3천1백만달러, 70년이 5천7백만달러, 그리고 「합의서」가 교환되기 전해인 71년에도 5천8백만달러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72년에는 전년대비 2배가까이 늘어난 1억3천1백만달러, 74년에는 3억6천만달러로 급신장했다.
북한측의 무리한 수입확대로 74년부터 무역대금지불이 어려워져 76년에는 지불 연기요청을 하는 사태로 번짐으로써 일-북한무역은 한때 침체했으나 일본측의 지불연장조치로 79년부터 다시 급신장, 80년에는 왕복 5억5천만달러의 무역규모를 과시했다.
미국이 일본의 대북한무역에 신경을 쓰는 것은 규모의 급신장에도 있지만 그보다 내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북한수출은 기계·비금속제품·화학품·수송용기기·섬유 등이다. 특히 트럭 등 수송용기기와 정밀제품의 수출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일본의 대북한수출품의 40%가 기계류다.
이들 수출품은 바로 군수품으로의 전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북한무기가 이란·아프리카분쟁지역 등으로 수출되고 있는 만큼 북한에 대한 일본의 화학제품·정밀기기제품이 미국에 위기감을 불러일으킬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랭군암살테러사건에서도 일본의 히따찌(일립)가 북한과 합작으로 세운 공장의 배터리제품이 기폭제로 사용되었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
북한은 76년의 무역대금결제 연장요청 후 밀린 무역대금을 다시 지불하고 있으나 그 대상은 일본뿐이고 서독 등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북한에 있어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증거다d 일본으로서도 혼자독점하고 있는 북한시장을 놓치고싶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서방측의 일원임을 자처하고 나섰고 미국과 동맹관계를 선언(81년 미일공동성명) 한 일본의 대북한무역거래는 스스로 이율배반적임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민간베이스」를 방패로한 변명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분석하고있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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