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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듯 현실인듯 …‘버드맨’ 오스카 4관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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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제87회 아카데미상 4개 상을 휩쓴 ‘버드맨’ 영화의 한 장면. 한물간 배우 리건(마이클 키튼)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연극 무대에 도전해 겪는 혼란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렸다. [사진 신화통신·폭스]
제87회 아카데미상 4개 상을 휩쓴 ‘버드맨’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사진 신화통신·폭스]

‘버드맨’의 비상(飛上)이다. 한물간 배우를 주인공으로 할리우드의 단면을 담아낸 영화에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날개를 달아줬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52) 감독의 야심작 ‘버드맨’(3월 5일 개봉)이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차지했다. ‘버드맨’은 감독상·각본상·촬영상 등 총 4개 트로피를 차지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미술상·의상상·분장상·음악상)과 함께 이번 시상식 최다 부문 수상작이 됐다.

지난해 ‘그래비티’로 감독상을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 이어 이냐리투까지 2년 연속 멕시코 감독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쾌거를 올렸다.

 “이 영화는 ‘자아’라고 하는 작고 멍청한 놈에 대한 이야기다. 자아는 경쟁하려 든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져야 한다. 역설적으로 진정한 예술과 개성은 비교할 수도, 딱지를 붙일 수도, 패배할 수도 없다. 모든 존재가 의미 있기 때문이다.” 이냐리투의 감독상 수상 소감이다. 쟁쟁한 경쟁작들을 두고 한 말이자, ‘버드맨’이 어떤 영화인지 잘 설명하는 말이다.

 ‘버드맨’은 중년 배우 리건(마이클 키튼)을 주인공으로, 그가 직접 각색·연출·주연을 맡은 연극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20년 전만 해도 버드맨이라는 수퍼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그는 연극을 통해 재기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점점 미쳐간다. 버드맨의 모습을 한 환영이 수시로 나타나 그에게 연극 따위 집어치우라고 속삭이기까지 한다.

 이야기와 맞물린 혁신적인 촬영 기법이야말로 이 영화에 트로피를 바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냐리투 감독은 주인공 리건이 느끼는 갈등과 혼란을 관객이 고스란히 체감하게 하기 위해 영화 전체를 하나의 롱테이크로 보이도록 구성했다. 짧게는 몇 분, 길게는 수십 분의 롱테이크 장면들을 찍은 뒤 감쪽같이 이어붙인 것이다. 리건과 등장인물들을 따라 카메라가 극장의 무대와 무대 뒤·복도·분장실·옥상·거리·하늘을 자유자재로 쏘다니는 영상이 탄성을 자아낸다. 이는 ‘롱테이크의 장인’이라 불리는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스키(51)의 솜씨다. 루베스키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17분의 아름다운 롱테이크를 선보였던 ‘그래비티’로 지난해에도 아카데미 촬영상을 거머쥐었다.

 이냐리투 감독은 멕시코 출신으로, 첫 장편 ‘아모레스 페로스’(2000)로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할리우드 배우들과 ‘21그램’(2003), ‘바벨’(2006)을 찍었다. 세 영화 모두 여러 등장인물의 개별적인 사연이 결말에서 하나로 이어지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이야기였다.

결국 모두의 삶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이 ‘죽음’ 3부작의 주제였다면, 남아메리카로 돌아가 만든 영화 ‘비우티풀’(2010)부터는 다른 주제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전립선암으로 죽어가는 주인공 욱스발(하비에르 바르뎀)은 귀신을 본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고통스러운 삶에서 끝내 한줄기 희망을 찾아내는 이야기는 ‘버드맨’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버드맨’의 주인공 리건은 성공에 대한 욕망과 버드맨의 목소리 사이에서 헤매다 결국 탈출한다. 그것도 아주 환상적인 방법으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4관왕=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선전했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알록달록한 색감과 그림책을 보는 듯한 화면 구성을 자랑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미술 관련 상을 싹쓸이했다.

지난해 초 선댄스영화제 미국 드라마 부문 대상을 차지하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위플래쉬’(3월 12일 개봉)는 독립영화로는 유일하게 작품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드럼을 전공하는 음대생 앤드류(마일스 텔러)와 그를 궁지로 몰아넣는 플레처 교수(J K 시먼스)의 관계를 박진감 넘치게 그려 남우조연상·편집상·음향효과상을 수상했다.

장성란 기자


[영상 버드맨 트레일러 Fresh Movie Trailers 유투브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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