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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실, 25 : 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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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기외고 3학년 6반 모습. 여학생 25명에 남학생은 7명이다. 학교 전체로는 여학생 500명, 남학생 201명으로 여학생 비율이 71%에 이른다. 중학교 영어 내신 위주로 학생을 뽑은 결과다. [사진 의왕시]

“아들이 특목고에 못 가도 걱정, 가도 걱정이에요.”(김양희·40·경기도 고양시·중2 학부모)

 중학생 아들을 둔 경기도 학부모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남학생이 특목고 들어가기가 다른 지역보다 힘든데다 들어간 뒤에도 여학생들만큼 성적을 올리지 못해서다.

 23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경기도 특목고의 전체 학생 수는 1만2843명이다. 외국어고·과학고·예술고·체육고·국제고를 합한 수치다. 그 중 64%인 8149명이 여학생이다. 전국 평균 특목고 여학생 비율인 53%보다 11%포인트 높다. 남학생들이 입학하기가 다른 곳보다 그만큼 어렵다.

 경기외고는 여학생 비율이 71%에 이른다. 여학생 비율이 64%인 고양외고 최성철 교무주임은 “한 반에 남학생이 8, 9명 정도여서 학급 대항 축구 시합도 할 수가 없다”며 “남학생들이 수줍음을 타는 등 여성화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특목고에 입학한 뒤에는 남학생이 내신에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외고 하연경 2학년 부장은 “수행 평가 비중이 높다보니 상대적으로 꼼꼼한 여학생들의 내신성적이 좋다”며 “지난 학기 2학년 성적 장학금을 받은 학생 중 80%가 여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원래 특목고는 여학생이 많다. 학생을 뽑는 방식 때문이다. 외국어고의 경우 여학생이 유리한 영어 내신으로 1차 전형을 한다. 면접 역시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이 준비를 철저히 한다. 전국 평균으로 봐도 특목고에 여학생 비중(53%)이 남학생보다 높은 이유다.

 하지만 경기도는 여학생 비율이 유달리 높다. 여기엔 다른 이유가 있다. 특목고 입시전문 학원 ‘수학의 아침’의 이현수 팀장은 “자립형사립고와 일반 명문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여건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 경기도의 전체 고교생은 45만2700명으로 서울(32만400명)보다 41% 많다. 하지만 특목고 수는 20개로 같다. 서울에 25개가 있는 자사고는 경기도에 용인외대부고와 안산동산고 2곳뿐이다.

 일반 명문고 역시 서울에 비해 열세다. 올해 서울대에 10명 이상을 보낸 일반고가 서울에는 숙명여고(21명) 등 12곳이 있는 반면 경기는 수지고(20명) 등 5곳이다. 이현수 팀장은 “경기도는 다수의 우수 여학생들이 소수의 특목고·자사고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남학생 합격률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자사고가 부족한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은 일반고에 비해 3배가 넘는 등록금 등을 이유로 지난해 한때 안산동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추진했다. 그러다 학부모들 반발에 밀려 학년당 학급 수를 16개에서 12개로, 학급당 학생 수는 40명에서 33명으로 줄이기만 했다. 폐지는 면했지만 이로 인해 특목고는 더 ‘좁은 문’이 됐다.

 임영빈(49·여) 동산고 학교운영위원장은 “다른 지역 학생들과 학습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하려면 경기도는 특목고·자사고를 늘려야 한다”며 “그래야 경기 지역 남학생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명수·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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