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조현아의 구치소 생활, 일단 지켜보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엄을순
문화미래이프 대표

엄마 서넛이 모여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중 한 엄마가 요즘 돈이 없어 걱정이란 말을 했다. 옆에 있던 그녀의 일곱 살 난 아들이 무슨 걱정이냐는 듯 던진 말이 ‘돈 없으면 저기 기계 가서 뽑으면 되잖아’였단다.

 ‘땅콩 회항’의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아를 생각할 때마다 난 그때 그 아이 생각이 난다. 그녀가 경영 전문 분야에 능력이 있는지는 몰라도 보통사람들이 다 아는 기본에는 무지했다. 뭘 믿고, 또 무슨 생각으로 손님이 잔뜩 탄 비행기를 제멋대로 회향시켰을까. 그것도 응급상황도 아니라 단지 화가 났다는 이유로(반성문에 기재) 말이다. 돈 없으면 기계에서 뽑으라던 아이나, 그녀나 별반 다르지 않다.

 회사를 만들고 힘들게 키워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고초와 노력을 그녀는 알 리가 없고, 그저 일이란 학교에서 배운 매뉴얼대로만 하면 되는 줄 알았을 게다. ‘자식 잘못 키워서’란 그녀 아버지의 고백이 정답이다. 제아무리 잘난 사람도 세상을 혼자 사는 게 아닌 이상 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게 키워야 한다.

 엊그제. 그녀의 반성문 전문을 읽었다. 변호사 도움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글은 그다지 세련되지도 매끄럽지도 않았다.

 ‘박 사무장이 언론에 가서 모든 걸 말하지만 않았더라면 저는 가정과 회사를 이렇게 놓아버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란 언론 헤드라인 때문인가. 마치 ‘정신 못 차리고 아직도 남 탓하는 것같이’ 보였지만 이어진 다음 문장을 보면 그게 아니다. ‘설사 운이 좋았다 하더라도 1년 뒤, 10년 뒤에는 아마 이곳(구치소)에… 그때 또 누군가에게 모욕감을 줬을지도. 사람이 그냥 바뀔 이유가 없기에…’ 이렇게 이어 읽으면 뜻은 달라진다.

 접견실을 혼자 독차지한다는 비난 글이 많다. ‘실형 얼마 받는지 두고보겠다’는 지금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런 특별대우는 여론을 더 악화시키기만 한다.

그녀도 ‘나의 인간적 부분과 관련이 있어 (언젠가는) 일어났을 일. 뉘우치고 자신을 돌아보겠다’고 했다.

 당장은 힘들고 괴로울 거다. 하지만 묵묵히 자기 성찰도 하고, 배려심도 배우고, 캐비아를 먹나 잡탕찌개를 먹나 인생 다 거기서 거기란 것까지 터득하고 나온다면 구치소에서 보낸 시간들이 결코 헛되진 않으리라.

 언론도 일단은 그녀가 뉘우치고 세상 제대로 알게 되길 가만히 지켜보자. 괜히 편집해 글 만들며 들쑤시지 말고 말이다.

엄을순 문화미래이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