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89)성인병|대변색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50세의 중년 신사가 진료실에 찾아왔다.
찾아온 이유는 항문에서 피가 나와서 진찰받으러 왔다고한다.
자세히 물으니 가끔 대변의 빛깔이 까맣게 나오기는 했으나 이렇게 많이 피가 나온 적은 없다고 한다.
즉 이 환자의 관심은 많은 양의 피가 나왔다는 것이지만 필자의 관심은 최근 2개월간 대변의 빛깔이 검었었다는 점이었다.
연령이 50이면서 대변을 볼 때 피가 많이 나오는 것은 대개는 치질이다.
치질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지도 않으며 잘 치료하면 완치 될 수가있다.
그러나 대변의 빛깔이 검은 경우, 특히 이 연령에서는 암을 생각해야 하며, 또 만성적으로 위나 대장에서·출혈이 있다는 신호가 된다.
어쨌든이 환자는 치질로 진단되어 다행히 쉽게 치유되었다.
일반적으로 검은 빛깔의 대변이 나오는 경우는 대부분 위장관 질환으로 인한 출혈을 의미한다.
물론 철분을 많이 먹은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생긴다.
검은 빚깔의 대변을 보는 경우는 만성위궤양·십이지장궤양·급성미란성위염등 위·십이지장등의 궤양이 터져 출혈이 생기면 대변과 섞여서 검게 보인다.
특히 만성적으로 약간씩 출혈이 있을 때는 별증상이 없다.
이러한 질환은 제산제·식이요법으로 치료가 되나 일단 출혈이 되면 특수한 치료가 요구되고 간혹 수혈도 하게된다.
약품, 특히 아스피린은 가끔 위의 점막을 자극하며 출혈을 일으킨다.
또 간 경화증의 합병증으로 생기는 식도정맥류인 경우는 피를 토하면서 동시에 검은변이 나오며 이외에 대장·직장의 암도 역시 검은변을 보게된다.
어쨌든 검은빛깔의 대변을 보는 경우는 특히 40세이상의 중년에서는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
진단을 위해서는 대변을 갖고 피가 섞여 있나를 검사해야 하며 위장 X선·대장X을 찍어 궤양이 있는지, 암이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또 항문경(직장경)이라는 기구를 항문을 통해 집어 넣어 한문부터 25cm까지의 부위를 직접 눈으로 들여다본다.
이외에 위내경과 최근 유행하는 대장내시경등으로 더욱 구체적인 검사를 할 수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항문속에 손가락을 넣어 내부를 만져봄으로써 직장암의 유무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다.
검사결과 그 이유가 밝혀지면 대부분 그리 어렵지 않게 치료된다.
위·십이지장 궤양으로 인한 출혈은 환자가 굶으면서 제산제를 복용하게되며, 급성출혈인 경우는 얼음식염수를 고무호스로 주입하여 치료한다.
암인 경우는 조기 발견시 수술을 하여 대부분 치료된다.
그러나 식도정맥류는 치료가 상당히 어렵고, 또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않다.
필자의 개인경험으로는 피를 30병씩 수혈했으나 결국 사망한 예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40세이상에서 대변의 빛깔이 검으면 반드시 입원하여 철저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