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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노년 성큼 준비 찔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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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요즘 어딜 가나 노후 대비, 노후 대비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노후를 대비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마냥 걱정만 할 일이 아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느라 바쁜 와중에 노후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린 것만도 다행이다.

이제 다음 수순으로 실제 노후 준비에 착수하자.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처럼 일단 첫 발을 떼기만 해도 '안정된 노후'라는 목표가 성큼 눈앞에 다가설 것이다.

노후자금 얼마나 들까

*** '은퇴전 생활비 70%×수명' 국민연금 뺀 나머지 모아야

자, 그러면 노후 준비의 1단계는 무엇일까. 바로 자신에게 필요한 노후자금을 계산해보는 것이다.

은퇴 전 소득에 따라, 소비 성향에 따라, 부양해야 하는 가족 숫자에 따라 개개인에게 필요한 노후 자금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기본적인 노후생활비의 확보라는 점을 잊지 말자. 개인별 세부조건은 기본 노후생활비부터 계산한 뒤 가감하면 된다.

기본 노후생활비 역시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마련인데, 대개 은퇴 전 생활비의 70%쯤을 잡는다.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부부의 생활비만 든다는 가정 하에서다. 또 남편 사망후 부인 혼자 생존하는 기간의 생활비를 부부 노후생활비의 70%쯤으로 따로 잡아 놓도록 한다.

현재 우리나라 남녀의 평균 수명은 남자가 71세, 여자는 79세(2001년 7월 기준)다. 평균 수명을 참조해 부부가 각기 몇 살까지 살 것인지 예상 수명을 정하고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지 은퇴 시점도 추정해보자.

은퇴 이후 부부가 살아갈 햇수를 기본 생활비(연간 환산치)에다 곱해주면 필요한 노후자금의 총액을 구할 수 있다.

'표1'의 30대 맞벌이 부부를 예로 들어보자. 이 부부는 은퇴후 부부의 기본적인 생활비를 월 1백50만원(연 1천8백만원)으로, 부인 혼자 살아남는 기간의 생활비는 월 1백만원(연 1천2백만원)으로 추산했다. 또 부부가 각기 55세까지 일한 뒤 은퇴하고 80세까지 수명을 누리는 것으로 가정했다.

이 부부의 경우 남편(36)과 부인(34)의 나이 차가 두살이기 때문에 남편이 55세에 은퇴한 후에도 2년동안은 부인 쪽에서 수입이 생긴다.

따라서 은퇴후 생활비는 부인이 55세, 남편이 57세 되는 시점부터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노후자금의 총액은 4억3천8백만원{4억1천4백만원(1천8백만원×23년)+2천4백만원(1천2백만원×2년)}이 된다.

이처럼 노후의 기본 생활비만 4억원 이상을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면 대부분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이럴 땐 최후의 보루인 국민연금을 떠올려 보자.

연금기금이 고갈돼서 돈을 못받는다는 둥,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식으로 개혁할 예정이라 받을 돈이 얼마 안된다는 둥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을 떼이는 일은 절대 없고, 제도 개혁을 한다 해도 가입자들이 이미 낸 보험료 부분에 대해선 소급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장석준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는 것이 연금공단 측 설명이다.

따라서 현재의 30대, 40대라면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 중 상당 부분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 미덥지 않다면 연금공단 측이 밝히는 예상 수령액 중 얼마를 뺀 액수를 받게 된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어쨌든 한가지 확실한 건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는 일반적인 개인연금과 달리 국민연금의 예상 수령액은 현재가치로 환산된 금액이라는 점이다. '연금 1백만원을 준다 해도 은퇴 시점엔 껌값에 불과할 것'이라는 걱정을 안해도 된다는 뜻이다.

누구나 국번없이 1355로 전화한 뒤 상담원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대는 등 본인 확인절차를 거치면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을 알 수 있다.

앞서 구한 노후자금 총액에서 부부의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을 빼주면 노후자금 부족액이 나온다. 노후에 대비해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부족액이다.

'표1'의 30대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필요한 노후자금 총액은 4억원 이상이지만 부부의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2억3천1백41만원)을 빼고 나면 실제로 모아야 할 부족액은 2억6백만원 가량이 된다. 노후자금의 절반쯤은 국민연금이 해결해주는 셈이다.

물론 이렇게 계산한 노후자금은 부부가 은퇴 후에 입고, 먹고, 자는데 들어가는 기본적인 생활비라는 점을 잊지 말자. 사람에 따라 은퇴 후에 부부가 해외 여행도 다니고, 골프도 치며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길 꿈꾸기도 한다. 또 요즘처럼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는 추세라면 부부가 은퇴한 후에 자녀의 교육비를 대야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부부 중 한쪽이 예기치 못한 중병에 걸려 적잖은 병원비를 지출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각자의 형편에 따라 기본 노후생활비 외에 '+α'를 모아두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얼마씩 모을까

*** 30대부부 月 55만씩 21년간 2억 저축해야

부부의 노후자금에 대한 그림이 얼추 그려졌다면 이번엔 노후 대비의 2단계에 돌입하도록 하자. 노후자금 부족액을 모으기 위한 저축액을 계산하는 작업이다.

은퇴할 때까지 저축할 수 있는 햇수를 따져본 뒤 해마다 얼마씩 저축해야 노후자금 부족액을 모을 수 있는지를 계산해보라는 것이다.

요즘 웬만한 은행의 홈페이지나 웰시아(www.wealthia.com)같은 재테크 사이트에 가면 어김없이 '재테크 계산기' 서비스가 있으므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컨대 '표2'의 40대 홑벌이 부부라면 노후자금 총액에서 국민연금 예상수령액을 뺀 노후자금 부족액이 2억3백29만8천원으로 나왔다. 지금까지는 노후를 위한 저축을 전혀 하지 않았고, 앞으로 남편이 은퇴하는 55세까지 11년간 이 돈을 모으려 한다고 가정하자.

재테크 계산기의 '매달 적립할 금액 계산' 기능을 이용해 계산하면 이 부부는 매달 1백23만4천94원(세금우대, 금리 연 5% 가정시)을 모아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월 수입의 4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평균 저축률이 25.9%에 불과하다는 점, 40대 중반이면 자녀의 교육비가 한창 들어갈 시기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저축액으로 보인다.

해결책은 뾰족한 게 없다. 여력이 닿는 한 저축하되 부부가 은퇴를 뒤로 미루고 일을 더 해서 수입을 늘리든가, 아니면 집이 있을 경우 규모를 줄여가거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쓰는 것 뿐이다.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지는 고령화 사회에선 이같이 노후에도 일을 해서 고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해 놓는다든가, 주택.예금 등 자산을 헐어써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물론 '표2'의 부부처럼 40대가 되기 전에 진작 노후대비의 필요성을 깨닫고 일찍부터 저축을 시작한다면 월수입에서 감당해야 하는 저축액의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긴 하다.

'표1'의 30대 부부가 부족한 노후자금 2억6백58만원을 지금부터 부인이 은퇴할 때까지 21년간 저축한다고 할 경우 매달 55만7천8원(세금우대, 금리 연 5% 가정시)을 모으면 된다. 월 수입의 13.9%이므로 알뜰할 살림살이만 유지한다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노후 대비에선 그야말로 '조조익선(早早益善)'의 법칙이 통한다고 할 만하다.

어떻게 모을까

*** 예금만기 가능한 길게…비과세·세금우대 활용

노후 대비의 3단계는 이렇게 계산된 저축액을 꼬박꼬박 모아나가는 것이다.

만기는 가능한 길게 하고, 비과세나 세금우대 상품을 최대한 이용해야 조금이나마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자격만 된다면 7~10년 만기로 비과세와 소득공제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장기주택마련저축(또는 펀드)을 권할 만하다. 개인연금 상품을 소득공제한도(불입액 전체에 대해 연간 2백40만원)까지 채워넣는 것도 좋다.

이렇게 부부가 노후자금용으로 모으는 저축은 중도에 급히 돈 쓸 일이 생긴다 해도 헐어쓰지 않는다는 원칙도 꼭 지키도록 한다.

한가지 더 명심할 것은 저축과 별도로 너무 나이가 들기 전에 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능하면 종신형으로, 최소한 80세까지는 질병과 사고를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둬야만 노후 대비를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바로잡습니다>

5월 20일자 E12면 '노년 성큼 준비 찔끔' 기사 관련표 중 월소득이 각기 3백60만원인 맞벌이 부부가 20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했을 때 예상되는 연금 수령액을 '1백8만6천20원'에서 '1백47만6천20원'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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