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직 장관 "하루 850만원에 기업 로비 해주겠다"

중앙일보

입력

“통상 내가 연설하거나 어떤 일을 할 땐 하루에 5000파운드(850만 원) 정도다. 그게 내가 청구하는 액수다.”

2000년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부에서 5년 가까이 외교장관을 지낸 노동당의 거물 정치인 잭 스트로 의원이 중국 기업을 위해 일해 달라는 요청을 받자 한 말이다. 그는 “원자재 회사를 위해 몰래 영향력을 행사해 유럽연합(EU)의 룰을 바꾼 적이 있는데 (그 회사로부터) 연간 6만 파운드(약 1억 원)를 받았다”고도 했다. 의회 직원과 의회 사무국을 동원해 일한다는 말도 했다.

1990년대 후반 외교장관을 지낸 보수당의 말콤 리프킨드 의원은 “전 세계에 나가있는 영국 대사들과 연결해줄 수 있다”며 “난 자영업자다. 내가 벌어야 한다. 내가 얼마나 시간이 많은 줄 알면 놀랄 것”이라고 했다.

회사를 위해 로비를 해줄 테니 돈을 달라는 취지다. 명백히 의원 윤리에 어긋나는 두 전직 외교장관들의 발언은 모두 녹화됐다. 각각 영국 채널4 시사프로그램 ‘디스패치’와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위장 취재였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로비 활동이 잦은 의원 12명에게 중국 기업을 위한 자문에 응할 수 있느냐는 의사를 타진했는데 두 의원이 적극 응했다고 한다.

두 의원은 발언들이 공개되자 “부적절한 행위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스트로 의원은 “몹시 당황해서 기자가 쳐놓은 덫에 걸려든 것”이라고 말했다. 리프킨드 의원은 “특정 회사가 미공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돕진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변명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