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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안보ㆍ경협면서 독립된 동반자로 간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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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로널드·레이건」미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내의 콜리어초소를 시찰함으로써 그의 방한의의를 상징적으로 과시했다.
그의 한국방문을 결산한 한미양국대통령간의 공동성명서는 그의 이같은 상징적행동을 한층 격조높게 재확인,『특히 한국의 평화와 안전은 미국의 안전에 직결(Vital)된다』고 못박아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치 않겠음을 명명백백하게 밝혔다.
방한했던 역대 미국대통령들은 전방미군기지를 둘러보면서도 DMZ를 시찰할 엄두를 내지않았듯이 또한 한미간의 안보가 서로 직결된다는 투의 결연한 대한안보관은 결코 내비치지 않았다.
지난 10차례의 한미정상회담의 공동성명서에서 미국대통령들이 한미상호방위조약상의 의무를 준수할것을 거듭 다짐했던데 비해「레이건」대통령은 최상급의 수준에서 천명했고 그의 행동을 통해 확인했다.
그는 방위공약의 준수는 물론 주한미군의 전력증강과 아울러 한국군 전력강화에 필요한 무기체계와 기술의 계속 제공을 확약, 버마참사로 실증된 북한 김일성-김정일 세습체재의 모험적 맹동주의에 단호한 경고를 했다.
그러나 그가 이번에 대한안보 다짐에서 밝힌 구도에 포함된 포괄적 의미를 면밀히 분석해보면 그보다 한층 더 중요한 대목이 있다는데 유의해야할 것이다.
「레이건」대통령은 이번에 동북아에서 한국을 중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독립적 관계로 인식, 발전적인 대한관을 강력히 시사했다.「레이건」대통령은 15개항으로된 공동성명서 제4항에서『특히 한국의 안전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주축(Pivotal))이 되며 나아가 미국의 안전에 직결됨(Vital)을 유의한다』고 지적해 한국이 동북아는 물론 미국과의 관계에서 하나의 독립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것은 앞으로의 한미관계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할 요인으로 평가된다.
「재도크·프래트」미하원해사위원장이 1845년 미국의 이해관계에서 한국을 중국과 일본의 종속적 관계로 파악한 이래 근 1백4O여년동안 미국의 대한인식은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부산물의 악과가 얄타회담에 의한 남북한 분단이었으며 또 애치슨 라인에서 한국이 제외돼 6·25의 한 원인이 되었던 요인임을 감안한다면「레이건」대통령의 대한인식은 가히 변혁으로 받아들임직 하다.
미국은 해방이후 한국의 좌표를 일본방위의 종속개념이라는 틀속에서 인식했는데 이 단적인 예가『한국의 안전이 일본자신의 안전에 필수적(Essential)』이라는 69년의「닉슨」-「사또」(주등영작) 미일정상회담공동성명이었다.
이같은 미국의 대한관이 낡은 껍질을 깨고 동반자적관계라는「새로운 생명」을 키워가고있다는 징조가「레이건」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다른말로 하면 한국이 그만큼 성장하고 발전했다는 객관적 평가가 내린것일 수도 있다. 공동성명서에도 지적됐듯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교역상대국(수출상대국으로서 9번째)이자 미국농산물의 제5위 수입국으로 급격하게 부상했다..
양국정상은 한미 우호·협력관계가 최상의상태(Excellent Relations)에 있다(13항)고 판단하고 상호공동번영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한 고위외교소식통은「레이건」대통령이 도착성명과 만찬사를통해 안보및 경제문제에 대한 상호공동노력을 강조한것은 한미관계가 수평적인 동반자적 관계로 가일층 발전해가는 과정을 대변한 것으로 주목했다.
이와 아울러「레이건」대통령이 국회연설과 만찬사등을 통해 민주주의와 의사표현의 자유가 자유세계와 전체주의사회를 구분짓는 가치척도의 기준이라고말한대목도 깊은 성찰이요구된다.
그는 한국의 현실이 어렵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귀국이 정치발전을 위해 대담하고도 필요한 단계적 조처들을 취할 때 미국은 확고한 지지를 보낼것』(국회연설)이라고 말했다.
양국대통령이 이점에 대해 공동성명서 제9항(양국대통령은 자유, 그리고 자유와 개방및 정치안정에 기여하는 제도의 수호와 강화의 중요성을 확인했다)을 통해 완곡한 형태로 견해를 같이한 점은 관심을 끌기에 족하다. 81년의 전=「레이건」공동성명서에는 언급되지않았던 관계부분이 이번에 들어갔다는 것은 재선을 겨냥한「레이건」대통령측의 미국내정치적 측면도 고려됐겠지만 전대통령의 국내정치안정에 대한 자신감의 반영으로도 풀이되는 대목이다.
양국대통령은 또 버마참사와같은 테러의 재앙을 지구상에서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을 다짐하면서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국제적 제재조치를 협의하고 다른 국가들도 이에 동참토록 촉구한것은 더이상의 북한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외교적 경고조처의 의미를 갖는것으로 분석된다.
양국정상은 이와 관련해 내년1월과 4월 각각 조자양중공수상과「레이건」대통령이 워싱턴과 북경을 방문해 가질 정상회담을 통해 중공측에 북한의 대남도발을 억지하도록 영향력의 행사를 요청하는 문제와, 한·중공간의 비정치분야에서의 교류증대문제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상은 특히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권력세습과정에서 그내부적 갈등과 마찰의 해소책으로 또다른 만행을 자행할 위험성이 농후하며 따라서 북한측이 그같은 만행을 다시 않겠다는 보장을 않는한 미·북한간의 접촉이나 교류가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한것 (공동성명서 제5항)으로 보인다.
「슐츠」미국무장관은 이원경외무장관에게 버마참사와 관련, 대북한응징책으로 우리와 미수교중인 이집트와 트리니다드토바고등 중남미3, 4국에 대해 관계정상화가 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외교적 지원을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양국의 이같은 제재노력은 북한에 정신적 타격을 주어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평화통일방안의 협의에 응하도록 하는 강력한 압력수단이 될 것이라는데 양국정상이 견해를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레이건」대통령이 한반도의 분단현실을 사실대로 인정(국회연설)하고 한국의 유엔가입실현을 적극 지원(공동성명서 제8항)하겠다고 밝힌것은 미국의 역사적 책임을 인식한 뜻으로 풀이된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미국은△북한이 중소간의 관계개선 분위기로 중소에 대해 상대방 카드를 이용하던 북한외교가 한계점에 다다랐고△미·중공관계가 점차 개선되고있으며△한국의 국제지위가 날로 신장돼 중소가 언제까지 북한때문에 한국을 무시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등을 전제로 한국의 유엔가입문제를 다루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레이건」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미국은 남북한과 그들의 맹방들간의 관계개선을 위한 단계적 조처들(예컨대 교차접촉방안)을 지지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북한이 이를 완강하게 반대하고있는 현실에서 미국이 중소와 이 문제를 밀도있게 다룬다면 북한의 반대명분은 날이 갈수록 설득력을 잃을게 분명해진다는 부수적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의 미·중공간의 외교일정에 이 문제가 어느정도 심도있게 논의될것인지를 놓고 한미정상이 사전 협의한 내용이 궁금해진다.
끝으로「레이건」대통령이 전대통령의 재방미를 초청한 것은 현재 정상의 우호·협력상태를 보이고있는 양국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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