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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럭키금성(상)|전문경영인(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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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럭키금성그룹의 중역으로 처음 선임되는 사람은 누구든 선배경영진으로부터 몇 가지 조언을 듣는다.
그중에서도 항상 빠지지 않고 첫번째로 강조되는 사항중의 하나가 『직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회사일외에 집안끼리 오가는 것을 피하라』는 것이다.
『집안끼리 다닐 생각 말라』『안사람들끼리의 접촉도 가급적 없도록 하는것이 좋다』는 등의 이같은 조언은 이를테면 럭키금성그룹의 최고경영진 대열에 입문하기 위해 주어지는 첫번째 계율인 셈이다. 구자경 현 회장의 선대인 창업주 고 구인회회장 시절부터 엄격히 지켜져 내려온 이 같은 럭키금성그룹의 전통은 다른 대기업 그룹에서는 눈에 띄게 강조되지 않는 독특한 풍토라 할 만하다.
럭키금성그룹에서만 찾아볼수 있는 또 하나의 독특한 사풍은 「철저한 셈가림」이다. 말단사원부터 과장·부장·중역은 물론 그룹각사의 사장단·회장단 개개인도 처음부터 「자기 몫」을 확실히 정하고 그 이상 한발짝도 나가지 않으려는 것이다.
럭키금성그룹의 제2대 총수인 구자경회장 개인이나 그의 집안식구들도 위와같은 두가지「계율」을 엄격히 지키는데는 역시 예외가 아니다.
럭키금성그룹 스스로가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인화를 요체로 한「경영이념」과, 구·허씨의 양 호계를 중심으로 3대에 걸쳐 나무의 깊은 뿌리처럼 얽힌 「경영인맥」을 제3자가 조화시켜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되는 이상의 2가지 계율은 실제로 그룹 내부의 세세한 부분에서까지 「응용」되어 나타난다.
일예로 다른 모든 대기업·국영기업체들이 유행처럼 임·직원의 가족들을 모아놓고 그룹의 경영이념, 최근의 경영사정, 내조등을 교육시키고 강조해도 럭키금성그룹은 아직껏 이같은 가족 교육의 자리를 한번도 갖지 않았다.
또한 외국기업과의 합작투자관계등 피할수 없는 자리를 빼고는 임·직원들의 부부동반 파티가 좀체로 열리지 않는다.
심지어 럭키금성그룹의 모사장은 『이제껏 20여년이상 이그룹에서 일해왔지만 한번도 집안사람이 직장에 찾아와 얼굴을 비친 적이 없다』고 말한다.「자기 셈을 철저히 가린다」는 풍토도 여러가지면에서 나타난다.
즉 럭키금성그룹의 회장단·사장단이나 중역진들이 함께 골프를 치러갈때는 자기셈은 자기가 하는 이른바 더치페이가 습관화 되어 있다. 함께 외식을 하더라도 언제나 직위가 높은 사람이 도맡아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면서 음식값을 내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또 사장단중의 어느 한 사람이 집안에 상을 당하면 회장은 10만원, 사장급은5만원, 부사장·전무급은 3만원씩의 조의금을 내는것이 불문율로 되어있다.
럭키금성그룹의 한중역은 이같은 불문율에 대해 『각자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기기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따지고보면 집안끼리의 왕래를 금기로하거나 자기셈을 철저히 가리는등의 이갈은 럭키금성그룹의 불문율은 럭키금성그룹이 창사당시부터 지금까지구·허씨 두집안을 중심으로 철저한 가족경영형태를 지켜오면서 나타날수있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미리 막기위해 생각해낸 경영상의 「슬기」라 할수있다.
가족경영 형태가 낳기쉬운 정실인사나 무리하고 독단적인 권위주의·파벌싸움등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때문에 고 구인회회장시절부터 지켜져 내려온 지혜인 것이다.
이헌조 럭키금성그룹 기획조정실 사장이 설명하는 「대가족화합경영」의 논리를 들어보면이같은 럭키금성그룹의 몸에밴 경영풍토를 더욱명확히 알수있다.『대개 인화라는 것은 사람의 감성·인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그룹이 내세우는 인화는 처음부터 각자가 분명한 셈을 가지고 자기 몫 이상을 찾지 않는 합리성에 바탕을 둔 것이라 할수있지요. 이것이 그룹경영에 적용이 되어 나타나면 바로 대가족 화합경영의 형태가 됩니다. 바꾸어 말하면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우리그룹 중역진들에겐 엄청나게 잘 훈련돼있는 겁니다.
우리 그룹의 의사결정에서 권의주의란 통하지 않습니다. 아저씨뻘이된다, 회장이라해서 자신의 독단적인 의견을 무리하게 고집할수가 없는거지요. 대신 어느누구든 자신의 역량에 따라 일단 회사의 경영을 맡은이상 자신의 회사에 관한 한 그사람은 모든 대외적인 일까지 그룹회장을 대신해서 도맡아 처리합니다. 럭키금성그룹의 경영진중 다른 그룹처럼 이렇다하게 내세울수 있는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것은 바로 이같은 경영풍토 때문이지요.
럭키금성그룹의 경영진에 얽히고 설킨 혈연은 있어도 거의 모든 권한을 거머쥔「절대차」 는 없고 또한 누구는 누구라인이다 하는 식의 파벌도 있을수 없다는 말인 것이다.
럭키금성그룹의 경영인맥도 위와같은 맥락에서 살펴볼수있다. 스타플레이어는 없다지만 역시경영진 개개인의 비중이 다르고 역할이 틀리다.
그비중과 역할은 선대에 의해 안배되기도 하고 자신의 역량에 따라 나누어받기도한 「자기몫」인 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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