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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결권 없는 기업 임원은 근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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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법정관리 중인 주식회사 동양은 2013년 11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조직을 대폭 축소하면서 지역본부장이었던 서모(당시 상무보)씨 등 직책이 없어진 미등기임원 12명을 해임했다. 서면 통지나 협의 절차는 없었다. 통상 주식회사에서 이사·감사 등 임원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회사와 고용관계로 맺어진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해임 절차가 간단하다. 임원이 ‘임시직원의 줄임말’이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다.

하지만 서씨 등 해고 임원 7명은 “우리는 직책은 임원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표이사 등의 지시·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며 해고 무효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 정창근)는 해고된 임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해고 처분은 근로자 해고 절차상 문제가 있어 무효”라며 “동양은 이들이 해고된 시점에서 복직 때까지 월 800만∼1330만원씩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22일 밝혔다. 이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할 경우 임원도 근로자라고 보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서씨 등은 인사발령에 따라 승진했을 뿐,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지 않았고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또 ▶퇴직금 정산없이 일반 근로자처럼 고정적인 급여를 받고 고용보험료를 납부했으며 ▶업무를 처리한 후 구두·서면으로 내용을 보고했고 ▶사업계획 확정, 투자계획 수립, 예산 편성에 대한 전결권이 없었고 ▶근무시간(오전 8시~오후 6시)을 지켜야 했으며 ▶해외출장·휴가 계획서를 작성해 결재를 받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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