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왕시가 놓쳐버린 절호의 맥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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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 . 왕시 5단(중국) ● . 조훈현 9단(한국)

왕시(王檄) 5단은 중국의 신예 강자. 지난해 삼성화재배 결승에 진출하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린 유망주다. 비록 이세돌 9단에게 완패하긴 했지만 탁월한 균형감각과 풍부한 잠재력을 보여줬다. '황금 저울'이란 별명은 결승전 당시 내가 붙여준 것.

16강전의 상대는 조훈현 9단인데 조 9단을 만난 왕시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비록 한 시대를 휩쓴 강자라고는 해도 50대 고령자(?)인 만큼 다행이다 싶었을까. 조 9단 또한 어린 비둘기 같은 왕시를 보며 "아직은 어림도 없지"하며 속으로 미소를 머금었을까.

<장면>=형세는 팽팽한데 박영훈 9단은 백을 쥔 왕시 쪽이 약간 두텁지 않을까 하는 견해를 표명한다. 때마침 왕시가 58로 비스듬히 날아왔는데 '좋은 균형감각'이란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형세를 좋게 보아서인지 왕시는 우상에서 기막힌 기회를 날려버리고 있다. 바로 68이다. 이 수가 바둑을 끝장낼 수 있는 기막힌 맥점을 놓치고 있다. 이곳엔 무슨 수가 있었을까.

<참고도 1>=백1로 끊는 날카로운 맥점이 있었다. 흑2로 잇는 것은 3, 5로 쉽게 안 된다.

<참고도 2>=백1의 절단에 흑2로 잡으면 3, 5로 파고든다. 이 장면에서 백은 또다시 기막힌 맥점을 구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그 맥점은 어디일까.

<참고도 3>=백1로 먼저 밀어넣는 희생타가 절묘하다. 흑2엔 백3. 흑4 이을 때(백1의 곳) 백도 5로 이으면 흑은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수내기보다는 균형이 전문인 왕시는 이런 수는 생각도 안했다고 한다. 왕시가 장고하는 동안 조 9단 혼자 이 수들을 다 보고 애간장을 태웠던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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