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장 허가 정부 방침에… 구미 시민 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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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수도권에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구미시가 방침을 철회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면 관련 업종의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는 데다 기존 공장마저 수도권으로 빠져 나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 협의를 통해 "수도권에 공장을 세워야 할 시급성이 큰 업종에 한해 2006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공장 신.증설을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LCD모니터▶LCD TV▶전기변환장치▶유사 반도체▶인쇄 회로판▶광섬유 등 8개 업종이다.

구미시는 8일 김관용 시장과 윤영길 시의회 의장, 최환 금오공대 총장 등 지역 기관.단체장 22명이 모인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시는 이 자리에서 수도권 공장설립 규제 완화 저지를 위한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수도권에 공장 신.증설이 가능한 8개 업종 가운데 6개 업종이 구미의 주종 생산 품목"이라며 "이 방침이 시행되면 구미의 정보통신(IT)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참여정부가 내세운 지방분권 정책과도 맞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구미 출신의 김석호 경북도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공장 규제 완화는 지방경제를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성조(구미갑) 의원도 성명서를 통해 "첨단산업의 입지는 정치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정부가 방침을 백지화할 때가지 지역민과 싸우겠다"고 밝혔다.

구미경실련도 정부 방침의 철회를 요구했다. 조근래 사무국장은 "정부의 결정은 지방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이전을 포기하더라도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정책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시민 서명과 궐기대회 등을 통해 정부의 방침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구미시에는 4개의 구미국가산업단지와 인근 공단에 17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이 가운데 섬유.자동차 부품업체를 제외한 90% 이상이 LCD모니터, LCD TV 등 IT 관련 기업이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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