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망명설 北 길재경 3년전 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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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이 지난 17일 '김정일 총비서 서기실 부부장으로 제3국에서 미국으로 망명을 요청했다'고 보도한 길재경(吉在京)은 3년 전인 2000년 6월 7일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본사 기자가 지난 2월 17일 남북역사학자 공동학술토론회 취재차 방북, 평양 형제산구역 신미동 애국열사릉을 방문했을 때 찍은 2백여장의 묘비 사진 속에 吉부부장의 것이 포함됨에 따라 드러났다.

그는 1992년 4월 우간다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회담에 배석한 이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동안 요양설.사망설 등이 나돌았었다. 또 정부의 북한인명 파일에는 2000년 6월 당중앙위 중앙위원으로 돼 있어 그가 나름대로의 활동은 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吉부부장이 북한의 '국립묘지'격인 애국열사릉에 묻힌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그가 90년대 후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요양 중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吉부부장이 암으로 사망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으나,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吉부부장과 함께 망명한 것으로 보도된 한명철 북한 조광무역공사 부사장은 18일 자신의 망명 사실을 부인하고 "吉부부장은 이미 돌아가셔서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리 언론들이 통일부 등 정부 관계당국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확실한 입장표명을 하지 못했다. 이는 당정 고위 간부들이 사망했을 때 북한이 발표하는 부고가 吉부부장의 경우에는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吉부부장의 미국 망명 요청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이 보도한 노동당 조직지도부 염기순 제1부부장의 아들인 염진철씨의 망명도 불투명해졌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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