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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현주엽 '이적 징크스' 울고 싶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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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요즘 프로농구 LG의 현주엽은 날을 세우지 않는다. 대신 날을 품고 달린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동료에게 품었던 날을 쥐여 준다. 말할 때도 '아직은'이라는 수식어로 예봉을 피해간다. 안 되는 팀플레이에 대한 현주엽의 태도는 그렇다.

LG는 7일 현재 2승5패로 10개 구단 중 9위다. "우승을 위해 LG에 왔다"는 현주엽의 자신에 찬 말은 부메랑처럼 되돌아왔다. 1998년 서장훈이 뛰던 SK에 입단하면서 프로에 데뷔한 현주엽은 "당연히 우승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해 팀은 8위로 리그를 마감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99년 겨울, 시즌 도중 코리아텐더로 트레이드됐다. 그 시즌에 SK는 2위에 올랐고, 코리아텐더는 9위에 머물렀다.

고교와 대학에서 한 획을 그었던 현주엽은 지독한 통과의례를 거쳤다. 팀 매각이 거듭돼 구단 이름이 코리아텐더-골드뱅크-KTF로 이어오는 동안 현주엽도 부침이 많았다. 무릎 부상은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지난 시즌 현주엽은 MVP로 거론될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 과정에서 파워풀한 '한국의 찰스 버클리'는 여우 같은 '포인트 포워드'(어시스트 잘하는 파워포워드)로 변신했다.

현주엽이 또다시 통과의례를 치르고 있다. 이번에는 팀의 부진이다. 현주엽은 올 시즌 평균 13.7득점에 5.1어시스트 3.6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꾸준한 모습이다. 그러나 팀은 쉽게 이기지 못한다.

LG는 10월 28일 전자랜드를 상대로 첫 승을 거뒀다. 수훈갑은 12득점 9어시스트를 기록한 현주엽이었다. 현주엽은 "경기를 매끄럽게 끌고 간 적이 없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LG가 6일 힘들게 2승째를 챙겼다. 또다시 수훈갑이 된 현주엽은 여전히 "아직 팀플레이가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6강 플레이오프 진출'로 목표치를 많이 낮췄다. 신선우 감독은 "주엽이가 팀을 위해 성숙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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