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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요사태 11일째] 교회·학교에도 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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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독일 베를린 시내 저소득층 밀집 주거지인 모아비트에서 차량 연쇄 방화사건이 일어났다. 7일 아침 5대가 전소된 채 발견됐다. 경찰은 프랑스 폭동의 모방범죄로 보고 경비를 강화했다. [베를린 AP=뉴시스]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프랑스 무슬림 청년들의 폭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파리 교외에서 시작된 소요사태는 발생 11일 만에 프랑스 내 274곳으로 번졌다. 방화의 대상도 차량에서 교회와 학교.보육원 등으로 무차별 확산되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범법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다짐했는데도 폭동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7일 "1968년 프랑스 좌파 학생운동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산탄총에 사제폭탄…'전쟁터'=파리 남부 교외 그리니에서 처음으로 총기가 등장했다. 시라크 대통령이 강경대응을 발표한 몇 시간 뒤 그리니에 매복해 있던 시위대 일부가 경찰을 기습했고, 10여 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의도적인 매복과 기습이었다"고 주장했다. 소방관 필립 조프르는 프랑스2 TV와의 인터뷰에서 "곡괭이 자루와 야구 방망이까지 난무했다. 완전히 전쟁터였다"고 말했다. 파리 남부 에브리의 폐건물에선 사제폭탄 제조현장이 발각됐다. 빈병 100개와 휘발유 등이 발견됐다. 일부 화염병엔 화학약품과 못이 들어 있었다. 남부 생테티엔에선 학교 두 곳이 불탔고, 북부 렌 등 몇 곳에선 교회 건물이 전소됐다. 파리 교외 생 모리스에선 보육원에 방화가 발생했다. 프랑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일 동안 차량 4700대가 불탔다. 경찰은 그동안 모두 1200명을 폭력 용의자로 체포했다.

◆ 한국 취재진에도 폭력=6일 파리 외곽에서 취재하던 동아일보 특파원이 청년들에게 구타당했다. 전날에는 다른 지역에서 KBS 취재진이 흑인 청년들의 공격을 받았다. 한국 등 각국은 자국민에게 위험지역에 대한 여행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미국대사관은 "파리 시내에서 샤를 드골 국제공항을 운행하는 셔틀 기차를 타지 말라"고 주문했다. 국제선 항공기를 타려는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기차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러시아대사관은 자국 관광객들이 탄 버스가 폭도들에 의해 불에 탄 이후 모든 여행객에게 "대사관과 핫라인을 만들어 두고 움직이라"고 당부했다.

◆ 프랑스 정부의 강경대응=시라크 대통령은 6일 특별대책회의를 열고 "폭력과 공포를 확산시키는 사람들은 반드시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도 "법 절차를 서둘러 검거된 사람들을 즉시 특별 법정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에서 치안 조치가 강화될 것"이라고 했지만, 경찰 관계자는 "폭동이 경찰력으로 대처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 무슬림 단체 "폭동 중단"호소=프랑스 내 아프리카.아랍 출신 이민자 단체의 지도자 모임인 '프랑스 이슬람연합회'는 이날 공동으로 폭동 중단을 호소하는 파트와(종교칙령)를 발표했다. 파트와는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는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이슬람의 가르침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내 무슬림은 500만 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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