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지방이전 대상 46개 공공기관 지금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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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석탄공사는 1974년 9월 본사를 서울에서 석탄 생산 중심지인 강원도 태백시 장성읍으로 옮겼다. 그러나 13개월 만인 75년 10월 말 석탄공사의 본사는 비용 등을 이유로 서울로 되돌아왔다.

석탄공사의 장성 이전은 정부의 1차 국토종합개발계획(72~81년)에 따른 조치였다. 73년 3월 경제기획원(현 재정경제부)은 46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포함한 국토종합계획과 대도시 인구 분산책을 발표했다.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공공기관 및 국영기업체 본사를 지방 연고지로 분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원칙적으로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참여정부의 공공기관 이전계획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70년대 초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계획은 시작 단계부터 삐걱거렸다. 당시 지방 이전 대상이었던 공공기관의 현주소를 추적한 결과 46개 기관 중 18개(39%)가 계획대로 이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7개 기관은 지방 대신 수도권으로 이전했고, 석탄공사 등 4개 기관은 지방으로 이전했다가 수도권으로 복귀했다. 당시 상당수 공공기관이 지방 이전을 기피한 것은 관계 부처와의 업무 협조가 어려워지는 등 업무 비용이 증가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고급 인력이 정착할 수 있는 생활 편의 시설이나 교육시설.주택 등이 부족한 것도 지방 이전을 어렵게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중앙공무원교육원과 세무공무원교육원은 대전으로 이전했다가 6~7년 만에 수도권으로 옮겼다. 중앙공무원교육원 관계자는 "서울에서 멀다며 교수들이 출강을 기피했고 교육을 받는 공무원들도 주말이면 집이 있는 서울로 향하기 바빴다"고 말했다.

또 국립공업시험원 등 7개 기관은 뜸을 들이다가 지방으로 가지 않고 수도권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산청 등 7개 기관은 초기에 이전 대상에서 빠지거나 아예 이전하지 않았다. 지방으로 옮겼더라도 수도권 업무 비중이 큰 한국조폐공사 등은 대규모 서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김광익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참여정부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켜 혁신도시 등을 만든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거주 여건을 갖추는 데 20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70년대 이전 때처럼 지방으로 간 공공기관들이 몇 년 만에 여러 이유를 내세워 수도권으로 되돌아오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허귀식.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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