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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카드 업계 공룡들 … 등 터지는 수수료율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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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자동차 복합할부를 둘러싼 카드업계와 자동차업계 간 고래싸움이 시작됐다. ‘카드 공룡’ 1, 2위인 신한·삼성카드가 ‘자동차 공룡’ 현대자동차와 이달부터 차례로 재계약 협상을 시작하면서다. 다툼의 원인은 고객이 복합할부로 차를 살 때마다 카드사가 떼가는 수수료다. 현대차가 “체크카드 수수료율과 같은 1.3% 이상은 못 준다”고 주장하는데 카드사들은 “아무리 낮춰도 1.5% 아래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며 맞서고 있다. 어느 한 쪽도 양보가 쉽지 않다.

<관련기사 2014년 11월 19일자 b4면>

 타협점 모색이 어렵자 신한카드와 현대차는 15일까지던 수수료율 협상을 25일까지로 10일 연장하기로 했다. 삼성카드는 15일 쌍용자동차와의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1.7%로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3월 현대차 계약 만료를 한 달 앞두고 선제공격에 나선 셈이다.

 앞서 치른 두 번의 전초전에서는 현대차가 승기를 잡았다. KB국민카드(지난해 12월), BC카드(올 1월)와 벌인 재계약 협상에서다. KB국민카드는 현대차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1.85%에서 1.5%로 인하했다. 합의문에 ‘복합할부 금융 수수료는 체크카드를 기준으로 한다’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1.3%로 인하되는 추세를 의식한 현대차 요구였다. 현대차는 이를 근거로 BC카드와 협상에서 1.3%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복합할부 상품 취급이 중단돼 BC카드 소비자들은 복합할부 방식으로 현대차를 살 수 없게 됐다.

 두 고래들은 서로 “소비자를 위한 길”을 찾겠다고 주장한다. 흡사 솔로몬왕 앞에서 아기를 두고 서로 자기가 낳았다고 주장하는 두 여인같다. 카드업계는 “복합할부 상품이 없어지면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든다”고 한다. 자동차업계는 “(소비자를 위해) 원가를 낮춰야 하는데 불필요하게 높은 수수료가 카드사 배만 불리고 있다”고 맞선다.

 갈등은 삼성카드가 신(新)복합할부 상품 출시를 준비하면서 극명해졌다. 자동차회사와 카드사 사이에 캐피탈사가 끼어든 게 복합할부 상품인데, 현재는 카드사가 할부금·이자를 갚는 기간(신용공여기간)이 1~2일 뿐이다. 캐피탈사가 바로 갚아주기 때문이다. 신복합할부는 일반할부처럼 카드사가 한 달간 신용공여기간을 갖는다. “신용공여기간이 짧아 자금조달비용이 없으니 수수료를 내리라”는 현대차 논리에 맞서기 위해서다.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나눠 부담해야 할 이자 등 원가가 0.2%정도 올라간다. 금융감독원에서 “문제 없다”는 검토 결과를 내놔 오는 3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와 자동차업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변형 복합할부는 수수료율을 1.9%로 유지하기 위한 카드업계의 ‘꼼수’라고 비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가(대손비용)가 낮아서 수수료를 낮춰달라고 했더니 일부러 원가를 높인 상품을 내놓는 행위”라고 말했다.

 양쪽 속내는 결국 밥그릇 지키기다. 협상에 임한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 요구대로 수수료율 1.3%로 내리면 역마진이 나 차라리 (복합할부를) 취급 안하는 게 낫다”고 털어놨다. 현대차는 복합할부 상품 자체가 “기형적 구조”라고 주장한다. 체크카드(1.3%)와 신용카드(1.9%) 수수료율이 정해져 있는데 제3의 수수료율(1.5%)를 만드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논리다. 신한·삼성카드가 차례로 협상에 실패하면 복합할부는 폐지 수순을 걸을 전망이다. 솔로몬 왕이 “아이를 둘로 나누라”고 명해도 “아이를 죽이지 말고 저 여인에게 주라”고 애원할 친어머니는 없다.

 당장 피해는 저신용·저소득 소비자들 몫으로 돌아간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재연 박사는 "자동차를 사는 사람은 세 부류다. 자기 돈으로 사는 사람과, 은행 대출을 받아 사는 사람, 둘 다 불가능해 할부상품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며 "복합할부가 없어지면 신용이 낮은 세 번째 취약계층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삼성카드는 설 연휴가 끝나는 다음 주부터 수수료율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심새롬·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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