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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프랑스 무슬림 청년 폭동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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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발단은 무슬림 소년의 죽음=지난달 27일 파리 북동쪽의 클리시 수 부아에서 10대 무슬림 소년 2명이 변전소에서 감전사했다. 이에 대해 무슬림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망가다가 변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경찰은 "소년들을 추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진상이 모호한 가운데 무슬림 청년들의 과격 시위가 시작됐다. 경찰의 과잉 대응 시비까지 터졌다. 최루탄이 무슬림의 성소인 모스크(사원)에 발사된 때문이다. 2일에는 시위대가 경찰에 실탄을 발사하기에 이르렀다.

◆ 무슬림 청년들의 분노=시위가 순식간에 확산된 것은 프랑스 내에서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무슬림 청년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북아프리카 이민 2세 무슬림 청년들이 모여 사는 파리 외곽에서 거의 동시에 시위가 번졌다. 이민 2세 무슬림들은 대부분 대물림한 가난을 안고 힘겹게 살아간다. 어렵사리 학교를 졸업해도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로 좋은 직장을 구하기 힘들다. 프랑스 대졸자 실업률은 5%인데 북아프리카 출신 대졸자 실업률은 26.5%나 된다.

목숨을 걸고 이민 온 1세대들은 대부분 적응 과정에서 차별을 참고 지낸다. 그러나 프랑스 국적으로 프랑스어를 잘하는 이민 2세들은 차별을 더 심하게 느끼며 울분을 쉽게 분출한다. 그래서 이민 1세보다 2세가 이슬람 과격이론에 더 쉽게 빠진다. 경찰은 이슬람 과격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폭동을 선동한 무슬림 청년들을 쫓고 있다.

◆ 프랑스 무슬림 현황=프랑스국립통계청(INSEE)에 따르면 1999년 현재 이민자는 모두 430만여 명. 이 중 알제리.모로코.튀니지.터키 등 이슬람권 국가로부터 들어온 이민자가 43.3%에 이른다. 그러나 북아프리카에서 몰려드는 불법 이민자들을 감안하면 실제 무슬림 인구는 훨씬 많다. 현재 프랑스에 사는 무슬림 인구는 6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비어 있는 건물에 무단으로 들어가 산다. 아무렇게나 전기를 끌어오다 보니 화재가 잦다. 올 들어 주로 아프리카 출신인 48명의 이민자 목숨을 앗아간 세 차례 파리 화재가 모두 그런 경우다.

◆ 정부의 강경 대책=정부는 '관용(톨레랑스) 제로'라는 일종의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해 왔다. 내무장관 니콜라 사르코지는 5일 경찰의 시위진압본부를 찾아 "체포, 그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선언했다. 이 같은 강경정책이 시위를 격화시킨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르코지 장관의 입장은 확고부동이다. 정부는 동시에 무슬림 단체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는 무슬림도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파리폭동 '유럽의 겨울' 전주곡 되나"
긴장하는 유럽 각국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프랑스와 비슷한 사정이다. 현재 유럽의 무슬림 인구는 2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유럽 인구의 4~5%다. 무슬림들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계기로 유럽에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유럽 사회는 전후 경제 재건을 위해 저임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였다. 이후 이들은 유럽 사회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

스페인의 자유주의 성향 일간지인 라 반구아르디아는 "어느 누구도 안도해서는 안 된다. 프랑스의 '가을 폭풍우'가 '유럽의 겨울'을 예고하는 전주곡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런던의 7월 폭탄테러가 영국의 다문화주의적 접근이 실패했음을 보여줬다면, 이번 프랑스 사태는 프랑스식 사회통합 모델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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