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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오른 박세리 국내서도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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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출 후 처음으로 국내 대회에서 우승한 박세리가 3라운드에서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上). 박세리가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下).[굿데이 제공]

힘.기술.정신력에서 절정에 올라 있는 박세리(26.CJ)가 6년 만에 국내 대회의 정상을 밟았다.

박세리는 18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 서코스(파72.5천6백48m)에서 끝난 MBC엑스캔버스여자오픈(총상금 1억5천만원) 최종 3라운드에서 2언더파(버디5.보기3)를 추가해 합계 12언더파 2백4타로 아마추어 지은희(17.가평종고)를 3타 차로 따돌렸다. 미국 진출 이전인 1997년 10월 서울여자오픈 우승 이후 6년 만의 축배였다.

박세리와의 샷대결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야무진 샷을 날린 고교 2년생 지은희는 3언더파를 쳐 합계 9언더파로 2위를 차지했으며 박소영(27.하이트)은 합계 7언더파로 3위에 올랐다. 지은희는 14번홀에서 세컨드샷이 홀로 빨려 들어가는 행운의 이글로 박소영을 제쳤다.

전날 2라운드에서 2위 그룹에 4타나 앞서 사실상 우승을 굳힌 박세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익힌 기술을 한껏 발휘했다. 1번홀부터 6번홀까지 6홀 연속 1퍼트를 기록했으며 4번홀과 5번홀에서 연속 티샷이 OB(Out of Bounce.코스를 벗어나는 공.1벌타를 먹고 그 자리에서 다시 침)가 났지만 모두 보기로 막아내는 탁월한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다. 특히 파워 넘치는 드라이버샷은 매번 같은 챔피언조의 박소영과 지은희보다 10~20야드 더 멀리 날아갔다.

드라이버 다음은 샌드웨지. 그린의 경사가 심하고 빠른 88골프장에서 박세리의 코스 공략법은 스핀이 많이 걸리는 고탄도 샷으로 핀 앞쪽을 공략, 오르막 퍼트를 하는 것이었다. 2라운드부터 이 작전을 펼쳐 일곱개의 버디를 잡은 박세리는 3라운드 1번홀부터 세홀 연속 버디 행진을 하며 2위 박소영보다 6타나 앞서나갔다.

그러나 박세리는 방심한 듯 4번홀(파5)에서 드라이버샷이 슬라이스가 나 OB가 됐지만 5m 보기 퍼트를 넣었으며, 5번홀에서도 3번 우드로 친 티샷이 또 다시 슬라이스 OB가 됐지만 이 홀에서도 역시 4온 1퍼트로 보기를 기록해 2위와 3타 차를 유지한 뒤 8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해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

국내 대회에서 13승째(아마추어 시절 6승 포함)를 기록한 박세리는 상금 2천7백만원 전액을 어린이 환자 돕기 기금으로 기부해 빼어난 골프실력에 감동받은 갤러리를 두번이나 마음 뿌듯하게 했다.

용인=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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