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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건 저저르고 해외로 튀는「대어」늘어|경제사범 인도요청 서둘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정부는 최근 경제사범의 해외도피사례가 부쩍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강제 송환하기 위해 체류 상대국과 범인인도협정체결, 강제추방에 의한 송환추진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외무부는 10월초 명성사건에 관련돼 미국에 도피중인 사채중개인 박기조씨(60)와 조흥은행 금융부정 사건의 박종기(60·조흥은행 전중앙지점장) 손창선 (43·신한주철 대표) 곽경배 (37·도진실업 대표이사)씨와 1억원의 부도를 낸뒤 사채 13억원을 챙겨 도주한 김영태씨 (58·원주 중앙제재소 대표) 등 10여명의 명단과 함께 이들의 미국내 체류지·범죄사실 등 세부자료를 법무부에 요청, 이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 중에 있다는 것이다.
정부관계자는 주요경제사범의 대부분이 미국에 체류중이나 미국과 범인인도협정이 맺어져 있지 않아 수사에 지장이 많고 국내수사가 진행중이거나 재판에 계류중인 사건의 조속한 종결을 위해서 미국정부의 강제출국명령에 의한 국내송환방안을 추진중이며 이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범인인도 협정체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주로 대형 경제사범들을 대상으로 하고있으며 이들은 국내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뒤 수사기관의 추격을 벗어나 해외 도피함으로써 ▲사건의 진실발견을 저해하고 ▲거액의 외화를 불법유출하는 것이 상례이며 ▲일단 해외도피한 자들에 대한 국내법 처벌 사례가 한건도 없어 이번 기회에 정부의 단호한 처벌의지를 보여주며 ▲경제규모의 확대에 따라 앞으로 예상되는 대형경제사건에 대한 예방효과 등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외무부는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박기조씨와 박종기씨 등 최근 경제사범 관련자 4명에 대해 법원의 사전영장을 발부받아 주미대사관을 통해 이들의 신병인도를 의뢰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범인인도 협정을 맺고있는 나라가 한 곳도 없으며 이 때문에 죄를 짓고도 국내만 벗어나면 안전하다는 풍조가 만연돼 있다는 것.
치안본부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범행 후 해외도피 사례는 월 3∼5건에 이르고 있고 이같은 추세는 여권유효기간이 5년으로 늘어남에 따라 해외도피가 훨씬 쉬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범인인도협정>
범죄인인도는 일반적으로 도망범죄인 인도를 지정하는 것으로 조약체결이 없는 상태에서는 일반국제법상으로 국가간에 범죄인을 인도해야하는 의무는 없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과 여러 차례 범인인도협정을 체결하려 시도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해외도피자가 부쩍 늘어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도 인도협정체결이 시급한 실정.
지난해 9월 전대통령 위해 음모사건과 관련, 문지식(35)을 캐나다 정부의 요청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가 신병인도한 바 있다.
이는 캐나다정부와의 범인인도 조약에 따른 것이 아니라 「국제예양」에 따른 것으로 차후 캐나다 정부가 같은 청구를 할때 우리도 응한다는 미래보장을 전제로한 조치여서 당시 문의 인도는 발전적 조치로 받아들여 졌다.
미국정부가 우리나라에 범인을 인도한 케이스는 「미스 서울」납치사건의 이정복 (28), 한승희 (27)씨가 좋은 예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내 법을 어겨 추방된 케이스여서 특수사례라 할수 있다. <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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