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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제왕이 된 듯한 느낌 … 시속 100㎞ 가속에 4.5초 걸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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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호 18면

“얼마나 좋기에….”

마세라티와 벤틀리 직접 타보니

벤틀리와 마세라티의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이다. 자동차의 성능과 편의 및 안전 장비는 이제 상향 평준화됐다. 따라서 벤틀리와 마세라티라고 해서 어디서도 엄두 못 낼 경험을 제공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가격표와 희소성만으로 승부하는 것 또한 아니다. 이들 브랜드는 ‘나만의 무기’를 갈고닦는다.

운 좋게 해외 시승회를 통해 두 브랜드가 현재 판매하는 모델 가운데 가장 비싼 차를 몰아봤다. 먼저 시승한 차는 벤틀리 뮬산이었다. 영국 크루의 벤틀리 본사 인근의 굽이진 국도에서 탔다. 벤틀리의 강점은 저회전에서도 풍성한 토크와 장인의 느릿느릿 만드는 제작 방식이다. 뮬산은 거대하다. 반듯반듯 세운 모서리와 수직에 가깝게 곧추선 앞모습 때문이다.

실내는 눈부시게 화려하다. 최상급 소재를 아낌없이 썼다. 가령 뮬산(사진) 한 대를 꾸미는 데 황소 16~17마리분의 가죽을 씌운다. 북유럽에서 방목해 키운 황소의 가죽만 고집한다. 모기가 물거나 울타리에 긁힌 상처가 없기 때문이다. 가죽은 37시간에 달하는 바느질을 거쳐 벤틀리의 뽀얀 속살로 거듭난다. 스티어링 휠에 가죽을 씌워 꿰매는 데만 15시간이 걸린다.

나무 무늬 패널은 0.6㎜ 두께의 진짜 원목으로 만든다. 탈색과 염색은 일절 거치지 않는다. 원래 나무의 무늬와 색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5주에 걸쳐 가공한다. 벤틀리는 나무를 벨 때마다 묘목을 심는다.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아울러 실내에서 금속성 광택을 띤 부위는 도금한 플라스틱이 아닌 진짜 금속이다.

벤틀리의 가치는 이 같은 스토리에서 힘을 얻는다. 물론 성능도 월등하다. 뮬산의 엔진은 V8 6.75L 트윈터보다. 기통수와 배기량 모두 과거 벤틀리의 전통을 고스란히 따랐다. 뮬산은 104.1㎏/m의 ‘황당한’ 토크를 저회전에서부터 사뿐사뿐 뿜는다. 가속페달을 건들 때마다 굽이친 도로가 빨려 들어오듯 들이닥친다. 도로 위의 제왕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마세라티는 지난 11월 중동의 오만에서 치른 국제 시승회에서 몰아봤다. 그란투리스모 MC 스트라달레 센테니얼을 점찍었다. 한정판으로 국내엔 올해 3대만 들여올 예정이다. 이 차의 엔진은 V8 4.7L로 460마력을 낸다. 여기에 6단 MC 레이스 시프트 변속기를 짝짓고 뒷바퀴를 굴린다. 이 차의 으뜸 매력은 섹시한 디자인과 감각적인 사운드다.

성능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 4.5초, 최고속도 시속 303㎞다. 그란투리스모 MC 스트라달레 센테니얼 에디션을 타기 전 내심 경주차를 기대했다. 하지만 운전감각은 ‘반전’이었다. 예상대로 460마력은 압도적이었다. 가속은 시속 200㎞를 넘어서도 풋풋하고 팽팽한 느낌을 유지했다. 반면 운전은 시종일관 편안했다. 승차감도 수긍할 만큼 좋았다.

국내에서 마세라티와 벤틀리를 소유하는 데 걸림돌은 정비다. 갑자기 늘어난 판매에 대응하기 위해 두 브랜드 모두 국내 정비망을 확충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편이다.

김기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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